항상 만날 때마다 웃음이 너무 많아 조그만 농담 하나에도 옆 사람의 등 뒤에 얼굴을 감추고 웃음을 참으려 애썼던 한 자매님이 먼 길을 떠났다.
지금쯤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 속에서 장례식도 다 끝나고 한 줌의 재로 변하여 납골당의 한 칸에 모셔져 있겠지.
우울증이란게 그렇게 심각한 지를 미처 몰랐다. 여기 저기서 자료를 찾아 살펴보니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이 불면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죽음 만이 최후의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달 전쯤 어느 분으로부터 그 자매님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허공에 몸을 맡기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왜 전화라도 한 번 드리지 않았을까?
인생이 항상 이런 식이 되면 곤란할텐데......
항상 깨어있는 사람에게는 '지금 그리고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는 시간이고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항상 덜 섬세하고 나태한 탓으로 하느님의 나라가 계속해서 내 삶 속에서는 황폐해가고 멀어진다.
그 분의 영혼이 하느님 품 안에서 영면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면서 미사를 봉헌하는 중에 한 가지가 떠 올라 몹시 괴로웠다.
그 분의 소식을 들려준 한 분에게 내가 한 말 때문이다.
"제가 이 곳에서 할 일이라고는 떠나신 분을 위해 기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일 뿐이네요."
기도와 미사......
왜 항상 이런 식으로 밖에 말하지 못할까? 마치 기도, 미사만 바치면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는 식하고 뭐가 달라?
정성껏 바쳐지는 기도와 미사가 그 분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분향 연기라면 기도와 미사를 통해 달라진 내가 새로운 눈으로 이웃의 웃음 속에 감춰진 눈물을 보고 닦아주면서 함께 우는 것은 보다 구체적인 희생제물이다.
인생은 몸으로 사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내 가슴 속에 새기며 내가 보지 못했던 그 분의 환한 웃음 속의 눈물까지를 애써 기억해 본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율법을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율법대로 실행하는 사람입니다.(로마 2,13)"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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