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다.
어느 소녀가 큰 병에 걸렸는데 그 병을 치유할 유일한 길은 가족 중 똑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피를 수혈받는 것이었다.
마침 그 소녀의 어린 동생이 같은 혈액형이었고 부모님과 담당의사가 설득해서 그 동생은 누나 옆에 나란히 누워 자기의 피가 누나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서서히 누나의 혈색이 살아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동생이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곧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이 되어 의사에게 물었다.
"난 언제 죽게 되나요?"
수혈이라는 것을 자신의 피를 누나에게 전부 줘 버리고 나면 자신은 죽어야 하는 것으로 잘 못 이해한 소년에게 누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바치기로 한 결심은 얼마나 두렵고 힘든 결정이었을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소년은 아직 어려 죽음이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성인이라는 우리들이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불행하게도 우리들 인간들이 이 생에서 몇 십년을 더 살았다한들 죽음에 대해 더 알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알지 못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이 더 커져 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 생에서 예수님의 삶과 가장 닮을 수 있는 한 가지 길은 '너'를 위하여 '나'를 거꺼이 희생하는 것 뿐이다.
우리의 희생이 예수님의 그것처럼 온 인류를 구원한다는 거창한 차원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인간으로서 존재하면서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체험하는 것이리라.
그 죽음이 꼭 우리들의 육신의 죽음을 뜻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육신의 죽음만큼 어렵고 두려운 나의 죽음이 무엇인지, 또 어느 때인지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는 언제 죽게 될까?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강론 말씀 (가나다순) > 최 강 신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웃음 속에 감춰진 눈물 - 함께 우는 것은 구체적인 희생제물 (0) | 2011.09.28 |
---|---|
☆★☆ 하늘나라는 지금 여기에서 - '올 인' (ALL IN) (0) | 2011.09.28 |
내가 사랑했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 콩깍지 부부 (0) | 2011.09.24 |
☆★☆★ 외로움 - 김치찌개 옆의 빈 밥통 (0) | 2011.09.24 |
비얌 장수 (0) | 2011.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