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암사슴이 숫사슴을 그리워하듯? ㅎ

김레지나 2011. 8. 28. 13:02

암사슴이 숫사슴을 그리워하듯

오늘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시작으로 성주간이 시작되었다. 해마다 이 맘때만 되면 나는 남모르는 고통을 혼자서 이겨내야만 한다.

아무도 모르는 나 만의 성주간의 고통은 5, 6년전 신학원에서 시작되었다. 몇몇 형제들이 모여서 부활성가를 연습하고 있었을 때 였다.

원래 시편 가사는 많은 신자들이 잘 알고 있는 시편 41, 42편의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이었는데 쏠로로 나서기로 한 모 신부님이 잔뜻 긴장하면서도 있는 폼을 다 잡으며 딱 시작한다는게 그만 '암사슴이 숫사슴을 그리워하듯' 하는게 아닌가......

성가대원들이 한 바탕 땅바닥을 뒹굴며 웃고 난 뒤 연습은 계속되었는데 그때부터 나에게는 거의 공포와도 같은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평소에 한 번 무슨 일도 웃음이 터지고 나면 그 다음에 그와 연관된 비슷한 일만 생겨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전에 가서도 노래를 못하고 웃음이 터지면 어떻게하지'하는 고민이 생겼던 것이다.

실제로 절대로 그러면 안될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 장례식장에서도 웃음이 터져서 결국 끝까지 있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만 했던 아픈 추억도 있는게 나였다.

그 뒤로 몇번 더 그 부분을 연습했었는데 그 때마다 다른 형제들이 조금씩 웃어가며 연습을 할 때로 나는일부러 혀를 깨물어가며 참는 연습을 했다.

실전의 밤이 다가왔다. 부활 성야 7독서가 끝나고 그 부분 응송을 하기 위해 성가대들이 일어섰다. 신학원 성당의 분위기는 그야 말로 엄숙 그 자체였고 나는 누구도 모르는 고통을 참아가며 가까스로 일어서서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혀를 깨물고 있었는데도 '암사슴'의 '암' 부분이 시작되자마자 내가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 주저앉아버리자 다른 형제들도 모두 따라서 자리에 주저앉았고 정작 원인을 제공했던 그 신부님만 간신히 혼자서 응송을 끝냈다.

영문을 모르는 원장신부님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거 아냐?'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계속 내게 눈치를 보내 오는데도 나는 그 날 전례가 다 끝날 때까지 내내 고개를 파묻고 소리를 죽여가며 어깨만 들썩이고 있었다.

그 때만큼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날 이후로 해 마다 이 맘때만 되면 나는 남모르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남들이 성주간이라하여 모두들 거룩하게 지내는 동안에 나는 다른 이유로 그 날을 악몽을 되살리며 이번 해만큼은 이 고통을 끝내리라 맘 먹으며 심각해 진다.

다행히 올 해는 이탈리아 말로 전례를 하기 때문에 거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다행히 아직까지 이탈리아 말로 암사슴이라는 단어가 뭔지를 모른다. 궁금해 해서도 안되고 설령 궁금하더라도 찾아봐서도 안된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더 그리워 할지, 아니면 숫사슴을 더 그리워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올 해 만큼은 어찌됐든지 그 만큼 내 영혼이 하느님을 그리워하며 이 웃음의 악몽으로부터도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이 하느님을 그리워 하나이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