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잃어버린 양말 한 짝

김레지나 2011. 8. 28. 12:30

잃어버린 양말 한 짝

이 곳 신학원에서는 세탁기를 쓸 때에도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빨래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모아두었다가 한 꺼번에 빨게 된다.

빨래를 담아 둔 박스가 넘쳐나서 결국 어제 저녁에 빨래를 했는데, 나중에 짝을 맞추다 보니까 양말 한 짝이 없어졌다.

발목까지만 올라오는 양말이라서 기도할 때 얼른 신고 내려가기 편한 양말이었는데 달랑 한 짝만 남아있었다.

다른 빨래들을 그대로 놔두고 빨래하러 오고 가던 길을 수 차례 찾아다니고, 세탁기 속과 건조기 속에 얼굴을 쳐 박고 이리 저리 살펴보고, 다시 방에 돌아와 곳곳을 뒤져도 잃어버린 양말 한 짝이 나타나지 않았다.

낡디 낡아서 삐그덕거리는 장롱까지 다 빼서 뒤집어 봤는데도 없는걸 보니 분명 방에서는 들고 나간것 같았다.

일단 시간이 늦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세탁실 맞은 편에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거기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치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다시 옷을 챙겨 입고 가서 화장실 휴지통 속까지 다 봤는데도 없었다.

새벽이 다 되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 미사 하기 전에 어제 밤 다녔던 곳을 다시 다 살펴보고, 미사 중에까지 양말 한 짝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생각을 하고, 학교 수업 시간 중에도 멍하고 있으니 결국 선생님이 '도대체 오늘 아침 무엇을 잘 못 먹었느냐'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공원에 가서 운동을 하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송아지 만한 개가 가까이 오더니 이탈리아 말로 짖기 시작했다.

얼마나 겁이 나던지 주인이 줄을 잡아 끌고 저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개들은 등을 보이고 도망가면 공격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그 개가 '양몰이 개'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초원을 맘껏 달리며 양몰이를 해야 하는 그 놈이 목을 묶인 채 초원대신 로마시내를 끌려다니는 꼴이나, 주님의 잃은 양 대신 잃은 양말 때문에 온 정신이 팔린 내 꼴이 비슷해서 반갑다고 인사 한거 아냐?"

"나는 분명히 말합니다. 잃은 한 마리 양을 찾게 되면 그는 길을 잃지 않은 아흔 아홉 마리 양보다 오히려 그 한 마리 양 때문에 더 기뻐할 것입니다.(마태 18, 13.)"

양말 한 짝을 잃어서 꼬박 하루를 고생하고 나니까 길 잃은 양 한 마리가 주님께 돌아갈 때 주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감히 비유하기 어렵지만 조금은 그 분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선은 내가 먼저 주님께로 돌아가서 그 분의 말씀 안에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 다음에는 나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의 교만과 무관심으로 주님을 떠나가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들은 주님을 떠나간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자칭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우리들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말씀의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우리들의 교만과 무관심이 그들을 떠나가게 했다.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지금을 살아갈 뿐이다. 내일은 철저히 주님게 맡겨진 시간이다. 그렇다면 역시 주님의 말씀의 품 안으로 다시 돌아가는 회개의 시간 역시 '지금' 밖에는 없다.

'나' 때문에 주님과 공동체를 떠나간 '너'와 함께 주님께 돌아가고 싶다. 잃은 양말 한 짝을 찾는 기쁨과는 감히 비교를 할 수 없을 주님의 기쁨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잃은 양말 때문에 가슴이 벅찬 상태가 됐으니 더 이상 양말 찾기에는 관심이 없다. 다음과 같은 결론과 함께 잃은 양말 찾기를 마친다.

"이탈리아 세탁기는 동전과 함께 양말을 먹는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