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세 가지 복음적 권고 청빈, 정결, 그리고 순명 중에 어느 것을 지키며 사는 것이 가장 힘들게 다가오시나요?"
"에구 다 힘들죠. 그래서 저는 한 가지만 지키면서 살아요. 하하하."
"아니, 그럼 나머지 두 가지는 어떻게 하구요?"
"저는 세 가지 복음적 권고를 세 마리의 토끼라고 생각해요. 세 마리를 한꺼번에 잡으려면 다 놓치고 말것만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세 마리 토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라서 한 마리만 잡으면 나머지 두 마리는 스스로 와서 잡혀 준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특별히 순명이라는 토끼를 잘 잡고 살려고 해요."
"왜 특별히 순명이죠?"
"하느님과 장상의 뜻에 온전히 자기를 맡기는 구체적 행위인 순명은 'Non Mea, sed Tua(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는 그리스도의 성부께 대한 순명을 그대로 본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과 하느님의 뜻을 전해 주는 장상의 뜻에 따라 살아간 다는 것은 완전한 '자기 비움'을 요구하는 삶이 아니겠어요?
자기를 비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저는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오늘 눈 감으면서 죽을 텐데 '왜 나를 위한 돈 주머니를 차야 하고, 왜 새로운 인간적 인연에 연연해 해야 하나'하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런데 한 가지만 더... 신부님, 성적인 욕구는 본능의 차원인데 어떻게 생물학적 본능을 이길 수 있는 겁니까?"
"음... 다행중 다행인 것이 정결의 문제는 청빈과 순명의 차원과 같이 하루 24시간 싸워야 하는 게 아니고 이따금씩 호되게 싸워야 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아직 이기지는 못하고 항상 제대로된 대결을 제가 먼저 피하는 편인것 같아요. 음... 그래요...그게... 음..."
사제직을 지망하는 젊은 캐나다인 지원자와 나눈 이야기의 내용이다. 한국외방선교회에 입회 한지 이제 10년이 되어가는 내게 조금 어려운 질문들이지만 평상시 생각하고 느낀대로 답변을 해 주었다.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이 아직 귓전에 맴돈다. 내가 10년 전 입회를 결정하기 전에 하느님께 가장 자주 여쭈었던 문제......
"평생 여자친구 하나 없이 지내야 한다고? Oh My God!!"
맘 같아서는 큰 소리로 그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 '하느님 맙소사'지... 그래서 난 순명을 잡는 다니까. 그냥 주님의 가르침에 대한 순명만 생각하면서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니 오늘 하루만 잘 봉헌하자'라는 단순함으로 살자."
넓디 넓은 풍요의 땅에 곳곳마다 널려 있는 세상의 재미들을 뒤로 하고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 자신의 응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젊은 캐나다인 지원자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내 앞에 선물처럼 주어진 세 가지 복음적 권고를 생각해 본다.
청빈. 정결. 순명.
내 삶의 마지막 날이 될 오늘 하루... 오늘 하루만 잘 봉헌해 드리면 된다. 오늘 하루만 잘...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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