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4.25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
사도2,14.22-33 마태28,8-15
"진리의 삶"
오늘은
‘증언’ ‘고백’ ‘선언’ ‘선포’에 대해 두루 묵상했습니다.
“주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오늘부터 계속되는 새벽 성무일도 초대송 후렴은
바로 주님의 부활 진리에 대한 증언이자 고백이요 선언이자 선포입니다.
주님 부활 진리를 증언하고 고백하고 선언하고 선포하면서
우리의 삶 자체도
저절로 고백이 되고 증언이 되고 선언이 되고 선포가 됩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진리의 삶이 됩니다.
인고의 겨울 지나 피어난 온갖 봄꽃들이
침묵 중에 주님 부활을 선포하듯 말입니다.
양심선언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거짓과 불의가 만연하던 암흑의 시대에
양심을 거스를 수 없어 만인 앞에 양심을 선언했던
많은 의인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현실입니다.
진리 고백, 진리 증언, 진리 선언, 진리 선포만 있는 게 아니라
거짓 고백, 거짓 증언, 거짓 선언, 거짓 선포도 난무하는 법입니다.
이런 양의 탈을 쓴 이리떼들이 횡행하는 상황 속에서
양심선언의 횃불을 들기는 정말 엄청난 용기입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침묵하거나 회유, 매수되어 죽은 듯이 살아갑니다.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갔다.’하여라.”
기득권층인 수석사제와 원로들의 회유에 매수된 경비병들은
이를 그대로 전했고,
하여 유언비어처럼 유다인들 사이에 퍼져나갔을 것입니다.
사실 경비병들에게 양심선언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예수 부활 사건에 맞불을 놓은 교활한 종교 기득권층이요
민중은 판단에 혼선을 겪기 마련입니다.
둘 중 하나는 분명 진리이고 거짓일 텐데 참 식별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혼돈 상황에서
식별에 결정적 기여를 한 분들이
예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이었습니다.
예수 부활을 체험했을 때
비로소 부활 진리의 선포자, 증언자, 고백자, 선언자로서의 삶입니다.
생명과 빛으로 충만한 진리의 삶입니다.
이런 삶 자체보다 더 좋은 복음 선포도 없습니다.
그 누구도 하느님 구원역사를 좌절시킬 수 없고,
주님의 부활진리를 체험한 이들의 입을 막을 수도,
양심을 누를 수도 없습니다.
하여 교회 역사 상 목숨을 바쳐 주님을 증언한 무수한 순교자들입니다.
오늘 세 번씩이나 주님을 부인했던 겁 많던 베드로는
주님 부활 진리를 체험하자 백절불굴의 용사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이 그의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비병들이 퍼뜨린 거짓 유언비어는
빛에 어둠이 사라지듯 저절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다음 성령 충만한 베드로가
폭포수 같이 쏟아내는 확신에 넘친 하느님 고백을 들어보십시오.
“하느님께서 미리 정하신 계획과 예지에 따라
여러분에게 넘겨지신 그분을
여러분은 무법자들의 손을 빌려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죽음에 사로잡혀 계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고 우리는 모두 그 증인입니다.
하느님의 오른쪽으로 올려 지신 그분께서는
약속된 성령을 아버지에게서 받으신 다음,
여러분이 지금 보고 듣는 것처럼 그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주님의 부활 진리 체험과 더불어 선사되는 성령이
두려움 없이 확신에 넘친 증인으로서 복음 선포자의 삶을 살게 합니다.
복음의 빈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주님 부활 소식을 전하러 가던 여자들 역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여 찾았던 여자들에게 다정히 인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평안하냐?…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 여자들 역시
주님이 그들의 복된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그 자리는
바로 평범한 일상의 지금 여기 갈릴리아입니다.
진정 당신을 사랑하여 간절히 찾을 때
당신의 형제들인 우리를 찾아와 만나 주시는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성령을 부어주시어
당신을 증언하고 선포하는 진리의 삶에 충실하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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