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수철 신부님

에파타(열려라) - 선악과

김레지나 2011. 2. 26. 21:2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2.11 연중 제5주간 금요일(세계 병자의 날)

창세3,1-8 마르7,31-37

 

 

 

 

 

 

“에파타(열려라)!”

 

 

 

유혹에 빠져 죄를 지어 자기 안에 닫힐 때 불통의 삶입니다.

 

“행복하여라, 죄를 용서 받은 이!”

 

화답송 후렴처럼

죄를 용서 받을 때 비로소 활짝 열린 소통의 자유로운 삶입니다.

 

오늘 복음의 에덴동산은 바로 우리 삶의 현실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에덴동산을, 아담과 하와를, 뱀 모두를 창조하신 분이 하느님이요

창조된 모두가 하느님 안에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과 힘이 됩니다.

부지불식간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유혹자가 되기도 하는 우리들입니다.

유혹자로 상징되는 사탄의 뱀은 에덴동산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도 있습니다.

뱀과 하와의 대화는 그대로 일상에서 서로 간의 평범한 대화처럼 느껴집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유혹하는 말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은총으로 깨어있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순간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유혹자가 되기도 합니다.

하여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의

주님의 기도가 간절할 수뿐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하와에 던진 유혹자의 미끼가 정말 간교합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 먹지 말라 하셨지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신 것이 아닌데

이런 과장의 화법으로 하와의 마음을 부추깁니다.

분별의 지혜를 지닌 하와였다면

즉시 유혹을 간파하여 더 이상 대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혹에 넘어간 하와의 답변 역시 과장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그러나 동산 한 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과장의 말에는 언제나 거짓이 끼어들기 마련입니다.

하여 말이나 글, 행동은 간결 담백하고 진실 솔직해야 합니다.

이래야 유혹이 끼어들지 못하며 남을 유혹하지도 않습니다.

분명 하느님께서 ‘만지지 마라.’는 말은 하지 않으셨는데,

유혹에 빠진 하와는 과장의 거짓 죄를 짓고 맙니다.

예수님 같았다면, ‘사탄아 물러가라.’ 말씀하시며

유혹을 단연코 물리쳤을 것입니다.

마침내 하느님과 하와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든 유혹자의 기도는 성공하여

하와는 자기뿐 아니라 남편인 아담까지 과일을 먹게 함으로

공범으로 만들어버립니다.

한 몸의 부부이니 아담이 알았다 해도 안 먹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암처럼 퍼져나가는 죄의 전염은, 죄의 연대의 피해는 이토록 심각합니다.

 

죄를 지음으로 눈이 열려 알몸인 것을 알자

그들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두렁이를 만들어 입습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이었는데

죄로 인해 무화과나무 잎으로 자기를 가리기 시작했으니

자기분열 현상입니다.

이어 하느님이 거니시는 소리를 듣자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나무 사이에 숨습니다.

에덴동산 넓은 자유의 공간은 닫힌 좁은 부자유의 공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리는 것’과 ‘숨는 것’은 하느님과 불통의 관계를, 

하와와 아담은 죄의 유혹에 빠져 자유를 잃은 불행한 인간을 상징합니다.

 

수도원의 앞문은 세상의 사람들에,

수도원의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수도원의 수도자들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앞문과 뒷문이 활짝 열려있을 때

활발한 소통이요 자유롭고 건강한 삶이지만

죄로 인해 앞문 뒷문이 서서히 닫혀

불통으로 고립단절될 때 야기되는 온갖 문제들입니다.

 

소통과 일치의 하느님입니다.

불통과 분열의 사람을 찾아오시어

소통과 일치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시는 주님이십니다.

하여 마음을 활짝 열고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귀먹고 말더듬은 불통의 사람은

주님을 찾아 만남으로 치유되어 활짝 열린 소통의 사람이 됩니다.

예수님의 치유과정이 참 인상적입니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시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주님은 하늘과의 소통 후 즉시 치유활동을 펼치십니다.

마침내 주님의 개입으로 귀가 열리고 입이 열려

불통의 사람에서 소통의 사람이 된 사람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우리 모두에게 ‘에파타!’ 말씀하시며

우리의 귀와 눈과 입을 활짝 열어 주시어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소통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