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수철 신부님

거룩한 관상의 휴식

김레지나 2011. 2. 10. 20:0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2.8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창세1,20-2,1ㄱ 마르7,1-13

 

 

 

 

 

"거룩한 관상의 휴식"

 

 

 

말씀 묵상 중 어느 형제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에겐 매일 미사시간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잠시나마 모든 사람이나 일과의 접촉을 끊고

  모든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주님 안에서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때로 미사를 할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진정한 쉼터는 성전 안에서의 기도시간입니다.

성전 안에서의 기도 맛을 아는 이들은 진짜 쉴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일과 기도의 리듬에서 놀이와 휴식을 대치하는

거룩한 관상의 휴식시간이

성전 안에서의 공동전례기도 시간이자 묵상시간입니다.

이 보장된 거룩한 휴식의 기도시간을 놓쳐버리면

온전한 휴식을 갖기가 참 힘듭니다.

하여 쉬어야 살기에,

영육의 온전한 휴식을 위해 저절로 성전을 찾게 됩니다.

기도의 쉼이 없이 계속 일만 한다면

얼마 못 가 몸과 맘은 망가질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창세기 마지막 부분의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느님도 쉬시고 우리도 쉬는

성전 안에서의 거룩한 관상 휴식의 미사시간입니다.

비단 미사만이 아니라

성무일도의 기도 시간, 묵상시간 모두가 거룩한 관상 휴식시간입니다.

이래서 거룩한 관상 휴식 시간을 갖고자 수도원 피정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쉬면서 정화되고 성화되고 치유되어

하느님을 닮은 참 나의 회복이자 발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바로 이게 하느님께 복 받은, 하느님을 닮은 우리 인간의 진면목입니다.

바로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하느님의 거울에 날 비춰보며

하느님을 닮은 나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시편은 이 존엄과 품위의 존재인 사람을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주님은 천사보다는 조금 못하게 만드셨어도,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나이다.

  당신 손으로 지으신 작품들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아래 두셨나이다.”

 

오늘 창세기에서 보면

하느님은 동물에 이어 사람을 축복하셨고 이렛날의 시간을 축복하셨습니다.

축복 받은, 영광과 존귀의 사람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해 일어나는 폐해는 얼마나 큰지요.

구제역으로 인해 희생된

무수한 가축들의 부르짖음은 하늘에 닿았을 것이며,

동물을 학대하고 착취한 탐욕의 사람들에 대해

하느님은 반드시 책임을 물으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지탄의 대상이 된

일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모상에서 많이 변질, 왜곡된 위선자로서의 인간 모습을 봅니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우리 역시 마음 없이 입술로만 하느님 공경하며 헛되이 섬기지는 않는지

우리 자신을 성찰케 하는 죽비 같은 말씀입니다.

 

본질적인 하느님의 계명을 잊고

부수적인 사람의 전통에 집착할 때

훼손되는 하느님의 모상이요 입술로만의 하느님 공경입니다.

말 그대로 마음은 하느님에게서 떠난 헛된 예배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하느님 계명의 준수를 통해,

거룩한 관상 휴식의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회복되는 하느님의 모상이요 존엄하고 품위 있는 인간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관상 휴식시간인 미사 안에서

우리를 치유 회복시켜 주시어

영광과 존귀의 당신 사람으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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