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2.9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창세2,4ㄴ-9 마르7,14-23
"은총의 삶"
마음이 좋아야 삶도 좋고, 삶이 좋아야 말도, 글도, 행동도 좋습니다.
마음이 나쁘면 삶도 나쁘고, 삶이 나쁘면 말도,
글도, 행동도 나빠 결국 사람을 더럽힙니다.
마음공부가, 마음수련이 우리의 평생 일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참 의미심장합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몸 안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는 음식이 사람을 더럽히는 게 아니라
사람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 사람을 더럽힙니다.
마음에서 나오는 다음 것들이 사람을 오염시켜
외양을 통해서나 말과 글, 행동을 통해서도 그대로 들어납니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
그대로 우리의 실존적 체험입니다.
이게 바로 사람입니다.
이런 악한 것들에서 자유로울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귀하고 영광스런 우리의 품위를 더럽힙니다.
몰라서, 보이지 않아 망정이지
이런 악한 것들로 가득한 마음 안을 들여다본다면
도저히 함께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참 신비로운 것이 마음에서
이런 악한 것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의
좋은 것들도 나옵니다.
사람은 사람이지 결코 하느님도, 천사도 아닙니다.
밀과 가라지가, 양과 늑대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선악의 싸움터가 바로 사람의 마음입니다.
세상의 축소판 같은 마음입니다.
오늘 창세기를 묵상하면 이런 진리가 은연중 들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먼저 창세기 1장에서는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는 반면,
오늘 창세기 2장은 순서가 바뀌어 땅과 하늘을 창조 하셨고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불어 넣으시니
생명체의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전자가 하느님을 닮은 영원한 하늘의 인간에 초점을 둔다면
후자는 유한한 흙의 인간에 그 초점을 둡니다.
하늘과 땅이, 신성과 인성이, 영원과 시간이, 무한과 유한이,
선과 악이, 빛과 어둠이 혼재한 인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이게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의 운명이요,
이런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입니다.
“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
에덴동산이 상징하는 바, 바로 여기 지금 내 삶의 자리입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선악과나무와 같은 우리 곁에
주님 십자가의 생명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구원이요 무한한 위로와 힘이 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바로 생명나무 주님의 은총으로
마음 깨끗한 사람이 되어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주님 은총에 감사하여 끊임없이 한 마음으로 바치는
하느님 찬미의 공동전례 수행이
우리를 치유하고 정화하고 성화하여 저절로 깨끗한 마음이 되게 합니다.
우리의 수행에 선행하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주님의 은총 없이는 평생 수행은, 영적전쟁에서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선과 악의 치열한 내적 싸움에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
사도 바오로의 다음 고백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로마7,24-25ㄱ).
주님 은총으로 가능한 평생 수행이요 깨끗한 마음입니다.
이런 철저한 자각이 바로 겸손의 기초입니다.
주님 은총으로 평생 수행이요,
끊임없이 마음의 악한 것들이 정화되고 성화되어
성령의 열매들이요 하늘나라의 실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당신 생명나무의 열매인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우리 마음속 악한 것들을 정화하고 성화하시어
성령의 열매 가득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여 주소서.”(요한17,17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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