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조영대 신부님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그리스도인 - 사탄아, 물러가라.

김레지나 2010. 8. 7. 08:26

연중 제18주간 목요일(2010년 8월 5일) 강론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그리스도인

(마테 18,21~19,1)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던 중에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으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이 질문은 우리 각자에게 매일 매순간 던져지는 그리스도인 실존을 건드리는 너무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진정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며 따르고 있습니까?

     베드로 사도는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시험 답안으로는 100점짜리 정답입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그 고백은 “사람의 일만 생각하고 하느님의 일을 생각지 않는” 답변이었습니다.

     베드로는 말로야 정답인 고백을 하고 축복도 받았지만 직후에 곧바로 야단을 맞고 맙니다. 왜 그랬지요? 예수님께서 당신의 운명에 대해 밝히셨을 때 베드로는 예수님을 붙들고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반박하였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며 꾸짖으셨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기대와 거리가 먼 방법으로 구원 역사를 펼치시려는 예수님을 가로막으려다가 호되게 야단을 맞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고백하였지만 고난을 통해 부활로 나아가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십자가 없는 영광의 그리스도를 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신앙고백은 우리도 모두 영세 때 드렸던 고백이고, 사실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떤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있습니까? 예수님은 과연 우리에게, 우리 삶에 어떤 분이십니까? 우리도 사람의 일만 생각하고 하느님의 일을 생각지 않는 왜곡된 그리스도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며 그리스도를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에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마음 없이 입으로만 ‘그리스도님’ 하는 것은 빈 강정과 같은 고백입니다. 오히려 그런 신앙은 예수님께 걸림돌이 되며, 베드로처럼 주님의 야단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기도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 중에는 봉사에 있어서도 겸손과 순명, 온유와 인내로 희생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기도에서 사랑의 실천을, 겸손된 봉사를 재촉받습니다. 봉사 중에 상처를 받더라도 그 속상함을 드러내지 않고 성체 앞에서 위로를 얻을 줄 압니다.

     반면 기도는 열심히 하면서도 성당 봉사에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본위적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봉사하는 중에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싶지 않다, 편안하게 기도에 열중하며 신경 쓰지 않고 신앙생활하도록 건들지 마라는 식의 개인주의적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성자 마하티마 간디는 “나는 그리스도는 좋아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싫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답지 못하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고난의 길을 죽기까지 걸으며 그리스도처럼 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자기식의 개인주의적 신앙이 아니라 희생과 봉사와 사랑으로 그리스도를 닮고자 애쓰는, 곧 삶으로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진실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