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바라보며...
광주일보(2010년8월6일자) 보성성당 조영대 신부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을 실시함에 있어 최소한 백년을 내다보아야 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백년을 준비하여야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교육은 나라의 장래가 달린 만큼 교육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멀리 내다보고 이권이나 정치적 사심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하고 진실한 자세, 사랑의 자세로 임해야 할 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백년지대계와 거리가 먼 것 같다. 너무 심한 표현일진 모르나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일년지망계’(一年之亡計)가 아닌가 싶다. 수시로 변화하는 교육의 정책과 교육현장의 비도덕성으로 우리나라의 장래가 어둡기만 하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도 변화를 꾀해야 함은 당연하나 그 근본은 흔들리지 말아야 함에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그 뿌리부터 흔들리며 지배층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지 않나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에 관한 전문성도 지니지 못하지만 평소에 생각하던 점 몇 가지를 조심스레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건전한 보수와 진보가 상보하는 교육정책을 펴가길 바란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양비론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정책에 있어서 보수적으로는 올바른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교육의 풍토, 곧 스승과 제자 사이에 도리가 지켜지는 관계(희생의 신 프로메테우스의 정신을 지닌 스승이 되시길!), 타당한 체벌(체벌 무조건 금지가 상책인가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너무나 심하게 인격 모독적 체벌을 가하는 교사들도 문제이지만, 학생들이 문제가 있어도 나 몰라라 하는 무사안일적인 교사들도 문제이리라), 인성교육, 철학과 역사 과목을 필수로 하는 교육(외국 지성인들이 한국을 철학과 역사의식이 없는 민족이라 한단다. 올바른 가치관과 국가관의 형성을 위해 철학과 역사는 필수과목으로 해야 할 것이다.)을 전통적으로 지켜나가야 하고, 진보적으로는 권위적이고 인맥적인 교육체제를 개선하고, 사랑과 진실, 정의와 성실의 자세로 학원의 참된 민주화를 이루어 가야 한다.
둘째로, 학생들을 ‘난 사람’과 ‘든 사람’ 우상주의의 희생물로 몰아가지 말고 ‘된 사람’(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을 위한 인성교육에 비중을 더 두어가길 바란다. 사실 ‘난 사람’, ‘든 사람’이 될 사람은 소수의 학생들이다. ‘난 사람’, ‘든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학생들이 ‘된 사람’이 되도록 교육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모든 사람의 존재론적 소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상황은 모든 학생들이 ‘된 사람’으로 양성될 기회마저도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재정적 양극화가 빚은 교육의 양극화와 엄청난 사교육비 문제를 말만 할 뿐이지 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할 것인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교육환경 속에 힘겹게 공부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들여다 볼 때마다, 청소년들의 탈선과 자살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물을 담으면 물단지, 꿀을 담으면 꿀단지, 우리는 꿈단지, 꿈을 담아라!”라는 노래 가사가 참 맘에 든다. 시를 쓰고 문학작품을 읽으며 자연 안에서, 올바른 교우관계를 통해서 인격적으로 풍성하게 성장해야 할 우리의 꿈단지 청소년들. 제발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실한 마음으로 함께 염려하며 올바른 교육정책을 잘 펼쳐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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