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책에서 옮긴 글

순 명

김레지나 2010. 7. 21. 19:03

순 명

 

 전적인 복종이 하느님을 가장 흡족하게 해드리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는 희생이며 가장 완전한 애덕 행위요 모든 덕 중에 가장 고귀하고 칭송할 만한 덕이므로, 이 복종을 실천하는 사람은 매순간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한 보물을 얻게 되며 다른 사람들이 몇 년 동안 큰 노력을 기울여 얻는 것보다 더 큰 부를 짧은 시간에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다음의 거룩한 수도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것을 뚜렷이 볼 수 있다.이 거룩한 사람은 같은 수도원에 살고 있는 다른 수도자들과 외적으로는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완전함과 성덕이 최고 단계에 도달해서 그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자들이 치유되었다. 하루는 그의 원장이 말하길, 그가 다른 수도자들보다 단식을 더 하거나 철야기도를 하거나 기도를 더 하지도 않는데 그토록 많은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자기 자신도 그 사실이 놀랍다고 하면서, 한 가지 짐작이 갈만한 이유를 말한다면 자기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모든 것을 원하려고 온갖 정성을 다하며, 자신의 뜻을 하느님의 뜻에 맞추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간에 하느님의 움직임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이 자기를 조금도 들어 높이지 않으며 실패 또한 그를 무너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재고할 여지없이 빈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청하지 않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되도록 청하며, 그의 모든 기도는 하느님의 뜻이 자신과 다른 모든 피조물 안에서 완수되기를 바라는 한 가지 목적밖에 지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원장은 다시 물었다.

“형제여, 그렇다면 당신은 지난번에 우리 원수가 우리에게 필요한 밀과 가 축이 있는 곳간을 불태웠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단 말이오?”

거룩한 수도자가 대답했다.

“예, 오히려 저는 이런 사건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하느님은 당신의 영광과 우리의 더욱 큰 선익을 위해 그런 일을 허락하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우리 생활을 위해 비축해 둔 것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불안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분께 충분한 신뢰심을 갖기만 한다면 하느님은 아주 작은 빵조각으로도 우리를 먹이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언제나 만족하고 기쁩니다.”

원장은 그때부터 이 수도자가 기적을 행하는 것을 보고도 더이상 놀라지 않았다.

사실 성서에는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의 뜻을 채우시며 그들의 애원 들으시어 구해 주신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보호하시고 죄인들을 모두 멸하신다.”(시편 145, 19ㅡ20 )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 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로마8,28 )

ㅡ당신 잔 속에 담긴 희망 ( 생쥐르 , 라 콜롱비에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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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1년에 훈족의 완강한 아틸라 왕이 막강한 군대를 진두지휘하여 골 지방으로 쳐들어왔다. 아틸라 왕은 백성들의 죄를 벌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라고 자처하며 스스로를 ‘세상의 공포’ 또는 ‘하느님의 재앙’이라고 불렀다. 골 지방의 모든 것이 불타고 피에 젖었으며 학살과 약탈과 화재가 도처에서 발생했다. 인구가 많은 큰 도시들이 이미 항복했다. 트로이의 재앙이 닥쳐오고 있었고 주민들은 경악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트로이 주교였던 성 루는 하늘의 도움을 굳게 신뢰하면서 십자가를 앞세우고 뒤에는 성직자 무리가 따르는 가운데 아틸라 왕을 만나러 갔다. 아틸라 왕 앞에 이르자 그는

“이 나라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당신은 대체 누구요?”

하고 물었다.

“나는 하느님의 재앙이오.”

라고 아틸라가 대답했다.

주교는 “하느님의 재앙이라면 열렬히 환영이오! 도대체 누가 하느님의 재앙에 저항할 수 있겠소?.”

하고 말한 후 도시의 성문을 열라고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훈족이 성안으로 들어가자 하느님은 그들의 마음을 돌려 어느 것도 해치지 않고 성을 통과하게 하셨다.

로드리게즈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 이처럼 아틸라 왕은 진정 하느님의 재앙이었지만 하느님은 그것을 당신의 재앙으로 여겨 순종하며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그 힘을 발휘하기를 원치 않으셨다.”

ㅡ 당신의 잔 속에 담긴 희망 중에서 (생 쥐르 , 라 콜롱비에르 지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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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에 있어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일치하는 것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것으로서 다윗 왕도 순종과 일치를 통하여 하느님께로부터 ‘ 내 마음에 드는 사람 ’ 이라고 불렸다.

“내가 이사이의 아들 다윗을 찾아냈으니, 그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나의 뜻을 모두 실천할 것이다.” ( 사도 13,22 ) 라고 하느님은 말씀하셨다.

다윗은 섭리의 명령에 매우 순종적인 사람으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종류의 낙인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치 말랑말랑한 밀랍처럼 무슨 모양이든 새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마음을 기쁘게 할 자세를 지니기로 결심하자. 이것은 분명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자세로 우리를 성화시킬 것이며, 이 세상의 평화와 기쁨의 원천이요, 저 세상에서 영원한 행복의 보증이 될 것이다.

이런 목적에서 하느님 뜻에 일치하는 보다 명확한 성서 구절과 친숙해지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성바오로가 “ 주님, 제가 무엇을 하면 좋겠습니까? ” ( 사도 9, 3- 9 참조 )라고 한 말씀처럼 “당신의 뜻을 행하려고 제가 여기 왔습니다.”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다윗이 “ 저는 당신 앞에 한 마리 짐승이었습니다.” ( 시편 73,22 ) 라고 말하며 아무것도 문제 삼지 않고 절대적 순종을 한 것처럼 “ 저는 당신의 것, 저를 구하소서. 당신 규정을 찾습니다. ” ( 시편119,94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주님은

“ 나는 내 뜻을 조금도 찾지 않는다. 나는 내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 나의 양식은 그분께 복종하고 그분이 원하시는 것을 정확히 행하는 것이다.”( 요한 6,34 ; 5,30. ; 6,38 참조 ) 라고 말씀하셨다.

이 위대한 모델을 본받아 우리의 양식 역시 하느님 뜻을 완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뜻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 ( 마태 11,26 ; 6,10 ) 주님은 제노아의 카타리나 성녀에게 주님의 기도를 암송할 때 특히 이 구절을 오래 숙고하도록 권하셨다. 우리 역시 그렇게 해야 하며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한 뜻이 이 세상에서와 우리 안에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모든 피조물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되 하늘나라에서 성인들이 그 실현을 위해 애쓰는 만큼의 완전함을 지니고 또 그와 똑같은 동기로 그렇게 해야 한다. 성 파코미오도 계속해서 그와 같은 기도를 바쳤다.

우리가 하느님께 복종하기가 어렵거나 우리 안에 어떤 저항감을 느낄 때 다윗 왕과 함께 이렇게 말하자.

“ 내 영혼아, 너는 어찌하여 주님께 복종하지 않겠다고 하느냐? 너의 모든 재산을 주신 분도 주님이시고 모든 것을 너의 구원을 위해 안배하시는 분도 주님이시다. 오! 아니, 나는 그분께 반항하지 않으리라. 그분의 명령에 복종하리라. 그분은 나의 하느님이요 구원자이시다. 만일 내 본성이 그분이 명하시는 것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주님은 그것을 극복할 힘이 되어주실 것이다.”

죽음의 고뇌를 겪으시는 주님과 함께 “ 아버지,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라고 말하자.

대 레오 성인은 “하느님이신 우리 대장님의 이 말씀은 그분의 신비체이신 교회 전체의 구원이다.

이 말씀은 모든 신자를 가르치고 증거자들을 격려하고 순교자들에게 영광을 주어왔다.

자기들 편에서 어떤 공로도 없으나 의화되고, 그토록 큰 대가를 치르고 속량된 교회의 모든 자녀는 이 말씀을 배워야 한다. 그들이 어떤 격렬한 유혹에 시달릴 때 이 말씀을 확실한 성벽으로 사용한다면 본성의 폭력을 극복하고 용감하게 어려움을 겪어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닥치는 사건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이러한 체념으로 인한 내적 고통과 투쟁도 하느님의 뜻에 대한 일치의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의 영광과 우리 자신의 선익을 위해 그것을 겪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

ㅡ 당신 잔 속에 담긴 희망 중에서 ( 생쥐르 , 라 콜롱비에르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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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이 행복한 복종에 어떻게 도달해야 하는지 알아보자.우리를 그 경지로 인도하는 확실한 길은 이 덕을 자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덕을 크게 실천할 수 있는 기회는 잘 없으므로 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머지않아 큰 역경도 동요 없이 견뎌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기 욕구와 기질에 반대되는 사소한 일들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경솔함이나 부주의로 그렇게 되건, 혹은 다른 이의 무분별함이나 악의 때문이건, 혹은 우연히 또는 몇몇 필연적 원인들이 예기치 않게 합쳐져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우리 일생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무수한 사연과, 원치 않는 증오와 질투, 두려움과 초초함 같은 마음의 움직임과 덧없는 슬픔과 가벼움 불안, 잠깐 동안이나마 영혼의 평화를 깨트리는 수많은 문제로 점철되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말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말을 무심코 한다든지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는 경우가 그렇다. 집안일을 돕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 우리를 잘 돕지 못하거나 너무 느리게 일한다거나, 아이가 보챈다든가, 난처한 일로 방해받거나 되통스러운 사람이 걸리적거리거나, 차가 지나가면서 더러운 물을 튀기거나 불쾌한 날씨거나,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거나 가구가 부서지거나, 옷에 얼룩이 묻거나 찢어지는 등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뭔가 영웅적인 덕행을 실천할 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 덕을 틀림없이 얻을 수 있다. 이 모든 방해거리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섭리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깨어있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과 매우 긴밀한 일치를 이루게 될 뿐 아니라 머지않아 인생의 가장 슬프고 비통한 사건까지도 견뎌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쉬운 (그러면서도 내가 말할 수 있는 이상으로 훨씬 더 유익한) 덕 닦기에 또 하나의 덕 닦기 연습을 덧붙일 수 있다.

매일 아침 그날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곤란한 일들을 생각하라. 어느 날은 밤이 되기 직전 통렬한 모욕이나 엄청난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또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혹은 자신이 느닷없이 비극적 죽음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이 불행한 모든 사건을 수락하는 것이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일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라.

우리 의지로 이 희생을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잡아 우리 의지가 하느님이 원하시거나 혹은 원하시지 않는 모든 것을 똑같이 원하거나 원하지 않게 되도록 하라. 그래서 앞에서 말한 불행 중 하나가 실제로 닥치더라도 불평하느라 시간이나 사람 혹은 재산을 낭비하는 대신 스승의 발치로 재빨리 달려들어 이 불행을 꿋꿋이 견딜 수 있는 은총을 청하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 자기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의 뒤를 쫓아가지는 않는다. 그는 우선 자신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에게 간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가라. 재빨리 제시간에 가라. 바로 이것이 우리가 취하는 첫째 행동이 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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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성화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모든 일의 목적이다. 오 ! 만일 우리가 허락해 드리기만 한다면 그분의 영광과 우리의 선익을 위해 못하실 것이 무엇이겠는가 ! 기후의 변화가 그토록 멋있고 질서정연하며 유익한 것은 기후가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다스림을 받기 때문이다.

기후는 하느님의 영광을 소리 높여 찬미하며, 자신의 영양력과 밤낮의 변함없는 순환을 통해 우주 안에서 질서를 유지한다. 만일 기후가 다스림에 저항했더라면,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이상한 무질서에 빠지게 되고 세상도 덩달아 무질서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하느님의 뜻에 맡길 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의 의지가 하느님의 뜻에 반대하여 멀어지자마자 그는 이 모든 유익함을 잃어버리고 극도의 무질서 속에 빠지게 된다.

 

ㅡ 당신 잔 속에 담긴 희망 ( 생쥐르 , 라 콜롱비에르 지음 )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