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전삼용 신부님

주님도 포기하신다.

김레지나 2010. 4. 11. 17:45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성주간 화요일 - 주님도 포기하신다

 

 

 

가끔 장난으로 심리 테스트를 하곤 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산 속 오솔길 세 가지 길이 있는데 한 가지 길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 길은 아침 햇살 가득한 꽃이 핀 길입니다.

두 번째 길은 그 꽃이 떨어져 땅에 깔려있는 길입니다.

세 번째 길은 그 꽃이 떨어져 비가 내려 운치 있는 길입니다.

선택하셨습니까? 이것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집착을 나타낸답니다. 첫 번째를 선택한 사람은 헤어진 사람을 빨리 잊고 새 출발을 하는 스타일이고, 두 번째는 그러면서도 가끔가끔 첫 연인이 그리워지는 스타일이며, 세 번째를 선택한 분은 헤어진 연인을 끝까지 잊지 못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첫 번째를 선택한 사람이 세 번째를 선택한 사람보다 사랑이 부족해서 빨리 집착을 끊을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봅니다. 오히려 옛 애인을 못 잊는 경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련이 남아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심정은 어떨까요? 저는 첫 번째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완전히 사랑하시는 만큼, 그만큼 이별에도 미련이 없습니다.

 

초대 교회의 위대한 신학자 오리게네스는 이런 주장을 합니다.

하느님은 지극히 자비하셔서 마지막 날에는 지옥이 없어지고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까지 주님께서 구원하셔서 하늘나라에서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자비가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어떻게 인간이 고통 받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 때는 마귀들까지도 회개하고 주님께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잘 들어라.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거나 모독하는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다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령을 거슬러 모독한 죄만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또 사람의 아들을 거역해서 말하는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성령을 거역해서 말하는 사람은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마태 12, 31-32)

즉,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하는 죄가 있다는 뜻입니다.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하는 죄가 있다면 그런 죄를 지은 사람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한 채 구원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또 내세에서 용서받지 못하는 죄가 있다면 내세에서 용서 받을 수 있는 죄도 있다는 뜻인데 이는 연옥에서의 죄의 보속을 의미할 것입니다.

어쨌든 예수님은 천국은 물론이고 지옥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지옥은 하느님이 포기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 분의 사랑이 그러한 것처럼 그 분의 포기 또한 단호함을 넘어서서 영원하기까지 합니다.

 

오늘 최후의 만찬 상에서 예수님께서 당신을 배반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 그러나 다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묻기를 두려워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 옆에 있던 요한에게 슬쩍 그가 누구일지를 물어보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요한에게만 들리도록 당신께서 빵을 집어 전해주는 사람이 자신을 배반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고는 빵을 적셔 가리옷 유다에게 주십니다. 요한복음은 그 때 바로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고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계속 예수님께서 보호해주셔서 가리옷 유다가 완전히 사탄의 것이 될 수 없었으나 이제 예수님까지도 그를 포기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완전히 사탄의 소유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예수님이 포기하셨다면 정말 깨끗이 포기하신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포기했다면 그 자녀가 어느 정도로 사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하느님이 사람을 포기했다면 정말 할 만큼 다 하셨기에 포기하는 것이고, 하느님이 포기하면 정말 끝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랑이신 하느님으로서 유다를 매우 사랑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그를 사탄의 손아귀에 놓아 보내야 하는 예수님의 심정은 매우 아프실 것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안 될 때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도 포기하십니다.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다 하실 수 있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유일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있어서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왜냐하면 완전히 사랑하였기에 포기도 완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의 삶이나 사랑을 할 때 하느님처럼 완전하게 하고 후회 없게 합시다. 그러면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거나 자꾸 과거에 집착하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com/30jose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