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레지나의 편지

13. 큰 기쁨, 2006년 5월 17일

김레지나 2008. 9. 12. 20:39

Date : Wed, 17 May 2006 18:39:42 +0900 (KST), Wed, 17 May 2006 18:39:15 +0900 (KST)

Subject : 큰 기쁨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를 읽다가 마음이 아파서 눈물도 나고 기분이 안 좋아지데요. 성모님도 하느님께 버림 받은 느낌을 받으셨나 봐요. 인류 구원하기가 그렇게 힘들어서야..아까 고통의 신비 묵주기도 하다가 눈물이 났어요. 헛생각 시작하기 전까지요.^^*


왜 웬만한 성인 성녀들은 많이 아팠을까요? 온전히 하느님의 사람이 된 뒤에도요. 그리스도의 시를 쓴 분도 많이 아팠다던데... 왜 다미안 성자는 또 나병 걸리고 3년만에 죽었을까요? 좀 더 오래 살려 두셨으면 하느님한테도 좋았을 것 같은데...글라라 성녀도 많이 아팠다고 하고...황당무계?한 기적을 행하셨을 때도 그렇고요.


저도 정말 걱정이 되는 거예요. 수술 전에 어떤 글에서 "하느님은 쓰시기 전에 반드시 꺾는다"라는 요지의 글을 읽었어요. 저는 그 때부터 하느님이 나를 쓰시려고 하는구나 싶었지요. 그래서 말기일지도 모른다고 할 때도 죽을 거라는 걱정은 안했어요. 근데 얼마만큼 꺾을지 걱정이 되더라구요.

(지금까지는 별로 꺾지도 않으시고 저한테 벌벌 떠시는 것 같기는 해요.)


걱정하는 건 제가 했던 기도 때문이에요.

수술 후에 사흘인가 지나니까 슬슬 움직여서 화장실에 저 혼자 갈 정도가 되었어요. 그렇게만 되어도 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화장실에서 기도했거든요. (아마 그것 때문에 하느님도 후에 제가 화장실에 갈 때를 노리고 있다가 말씀을 주셨나 봐요. 못 말려요. 하느님도)

"휴, 하느님. 이만큼만 되어도 견딜 만 하네요. 알았어요. 알았어. 말 잘 들을께요. 말기이든 항암이든 아무리 힘들어도 하느님의 사랑을 외치고 살아 볼게요. 휴, 이제 살만해요. 앞으로는 안 삐질려구요. 하지만 너무 심한 고통은 사실 좀 두려워요. 어떤 일이 있어도 실망하지 않게 도와 주세요. 삐치는 게 더 힘들어요."

제가 계산도 못하고 그런 엄청난 기도를 했단 말이예요. 제가 그 때 간이 부었지요.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어떤 고통도 견디겠다니....취소해도 되나 몰라요.ᄏᄏ 다른 자잘한 기도는 취소해도 받아 주실 것 같은데... 그 기도는 너무 맘에 들어서 취소 못하게 하시고 지독한 고통을 더 주시면 어쩌냐구요....

그 때는 제가 각오가 대단했었는데.. 갈수록 하느님한테 따지고 싶어지더라구요. 제정신을 찾은 거지요. 왜 하느님 일을 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시는지가 제일 궁금했어요.


저번 주에 차동엽 신부님 복음묵상 테이프를 처음 받았는데요. 또 콩닥 콩닥 가슴이 뛰데요. ( 저 비정상이예요. 아무래도) 테이프를 넣고 첫 마디를 들었는데 "?엥? 신부님 비염이 있으신가?"했어요. 저랑 같은 증상인 것 같던데요.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목소리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또 마음이 아팠어요. 왜 하느님은 전국으로 나가는 테이프를 녹음할 신부님의 목소리를 더 좋게 해 주시지 않느냐는 말이지요. 큰 표 안나게 살짝만 좋게 해주셔도 좋을 텐데요.

이인복 교수님이 강의하실 때 그러시대요. 원래는 당신 목소리가 쉰소리였는데 하느님이 맑은 소리로 낫게 해 주셨다고... 또 예수님이 "마리아야, 네가 나를 위해서 일을 하는 한 너 죽을 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을 주겠다" 이러셨다네요.

그러니 제가 안 따질 수 있겠어요? "하느님, 왜 이인복 교수님에게는 건강을 주겠다고 일러주셨으면서 차신부님은 동네 방네 아프다고 소문나게 하시는 거예요? 차별하시나 봐요. 그러지 맙시다." 그랬지요.


목소리 얘기가 나와서 생각 났는데요. (생략)


하느님한테 사랑 받는 사람들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으면 제가 했던 기도 때문에 걱정이 되더라구요.

예수님 고통을 묵상하면 고통에 동참하려는 마음은 하나도 안 들고 걱정만 되지요. 오늘도 좀 걱정을 하니까 맘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차신부님의 테이프가 오늘 또 왔어요.' 에고, 좋아라,,, 목소리는 좋아지셨나?' 하고 들었는데 똑같아요. 하나도 안 좋아졌어요.

차신부님이 전하는 메시지는 늘 희망적이어서 참 좋아요. 신바람 나는 신앙을 전하신다면서요?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괜히 옛날 성인들 삶 생각하다가 미리 겁낼 일이 아니예요. 다시는 걱정 안 할래요.

하느님이 제 9일기도 들어주실지 모르겠어요.

참, 요즘에는 성모님의 마음도 생각하면서 기도해요. 저번에 강00씨를 위해서 기도할 때 성모님께서 도와 주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제 강00씨 동생에게 전화해 봤는데.. 의사가 강00씨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고, 강00씨는 자꾸 죽는 것이 두렵다고 하신대요. 강00씨가 그랬대요. 제가 우연히? 들어와서 좋은 말 많이 해 주고 갔다고. 당신이 복이 많다고..


그 동생이 언니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신앙을 가져야겠다고 해요. 저한테 묻대요. 신앙이 있으면 죽을 때 무섭지 않겠느냐고요. 저는 사실 고통이 무섭지 죽음이 무섭지는 않거든요. ( 저 암 걸리고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어린 제 아들들과 헤어지는 거였어요. 당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도 거짓말로 대답해줬어요. "그 상황이 안 되어 봤는데 어찌 알겠어요?"라구요. 거짓말 하지 말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아무튼 강00씨 동생이랑 그 딸이랑 형제들을 모두 성당에 나가게 하고 싶어요. 잘 될 것 같아요.

금방 또 전화해 봤어요. 성당에서 다녀갔다고 하네요. 곧 돌아가실 것 같대요. 강00씨가 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하셨다네요. 그래서 전해드리라 했어요. 제가 좋은 게 하니라 하느님이 좋은 거라고... 하느님 만나게 될 것을 꼭 믿으라고요.

요즘에는 제가 여기 저기 보낸 글들이 열매를 맺는 게 보여서 정말 기뻐요. 제 메일 받고 받은 친구가 또 다른 친구한테 보내고.... 기분 좋아요. 고맙다는 답장도 보내주고...길다고 투덜대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00님이 제 메일이 귀찮지 않으시다면 하느님이 제 기도를 들어 준 셈이예요.

저번 주에 제가 기도했어요.

"하느님! 

혹시 00님에게 인간적인 위로가 필요하다면

제가 심심풀이 땅콩이 되면 안 될까요?

하느님이야 보이지도 않고 자주 말 걸어 주시지도 않으시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대신 심심풀이 땅콩이 되면 좋겠다는 말이지요.

하느님, 그러고 싶은데 --... 땅콩---!"


키키키!!!! 제 멜 읽으시면 땅콩 맛이 나던가요?

그럼 00님은 제게 뭐냐구요? '큰 기쁨'이지요. 00님이 왕창 손해 보신 거예요. 땅콩보다 0000보다 000보다 훨씬 좋은 걸 제게 주시는 거지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