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레지나의 메모

내려놓음 중에서

김레지나 2008. 9. 8. 15:17


나는 아들 동연이와 딸 서연이를 키우면서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 그리고 그분께 내 인생을 내려놓고 맡기는 것에 대하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서연이가 태어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동연이는 다섯 살이었다. 동연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을 때, 나와 아내는 병원에 있었다. 동연이가 나의 후배 부부의 손에 이끌려 울면서 병원에 왔을 때, 아내는 조그마한 아기를 품에 안고 누워 있었다. 동연이에게는 모든 것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날 밤 동연이는 엄마와 떨어져 아빠하고만 둘이서 밤을 보내야 했다.

 다음날 오후 동연이를 데리고 유아용품 가게에 들러 아내가 부탁한 물건을 사서 교회 금요 기도회로 향할 계획이었다. 유아용품 가게에 들어서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장난감 코너에 가서 장난감을 보고 오겠다고 했다.

 당시 나와 아내는 동연이를 훈련시키는 과정에 있었다. 아이가 아무리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있어도 사달라고 떼쓰지 않게 하는 훈련이었다. 아이가 꼭 하기로 다짐한 일을 했을 때 장난감과 같은 선물을 사주기로 하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나서 동연이를 찾았다. 아이는 손을 뒤로 하여 무언가를 숨긴채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내가 무엇을 갖고 왔는지 알아요?”

슬쩍 동연이 뒤쪽을 살폈다. 닌자 거북이 색칠공부 책이었다. 닌자 거북이는 당시 동연이가 무척 좋아하던 만화 캐릭터였다. 아이는 내 표정을 살피더니 정색을 하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아빠. 이거 안 사주셔도 돼요. 그냥 보기만 하세요.”

 동연이가 동생에게 엄마의 관심을 빼앗긴 상실감을 느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동연이를 껴안으며 물었다.

“동연아, 너 그거 갖고 싶지?”

“....네!”

“아빠가 그거 사줄까?”

동연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요?”

동연이는 선물을, 나는 동연이 손을 꼭 쥐고 가게를 나와 교회로 향했다. 예배 전에 기도를 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을 때 내 안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규야, 네 아들 동연이가 ‘아빠, 이거 안 사주셔도 돼요’ 라고 말했을 때 너는 어떤 마음이었니? 그게 바로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란다.”

 나는 그저 흐느껴 울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동연이에게 무엇이든지 주고 싶어하듯이 하나님도 그러하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때로는 주지 않고 기다리신다. 그 이유는 우리가 훈련되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여,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이 우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고 싶지만 때로는 주지 못하는 마음,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가 가지신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때로는 우리가 가진 것을 하나님께 빼앗길까봐 두려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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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에 책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위로의 말씀:

음.. 제가.. 다른 암에 걸린 줄 알고, ,....하느님께 내 건강을 청하지 못하고 마음 굳게 다잡고 있을 때,..."너를 보는 내 마음이 그와 같단다." 라고......

내려놓음" 은 그동안 하느님께서 저한테 꾸준히 시험하신 건데.. 그건 썩 훌륭한 성적?으로 통과했어요.

하지만.. 고통스런 노력없이 훌륭한 성적표를 받을 수는 없잖아요?

생명을 내려놓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일..을 내려놓는 것이 더 힘들어요. 예수님도 그러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