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8년

00님에게 근황 보고 ^^

김레지나 2018. 6. 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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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90년대 걸그룹 멤버가 유방암 간전이 된 후로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가 떴더라구요. 문득 오늘은 000 님께 제 근황을 좀 말씀드리고 싶어졌어요. 음.. 제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00님께서 제 건강이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거라고 하셨지만, 실은 3년 반 전에 폐전이 된 후로, 뼈, 늑막, 간 등등으로 계속 암이 퍼졌고 약을 계속 바꾸었어요.

그런데 드디~~~어 올해 4월 펫시티 결과에서 문제가 되는 암덩어리들이 성장을 멈춘 것으로 나와서 전에 먹던 약을 계속 처방 받아 먹고 있어요.

그래서 많이 늦었지만, 이제야 살짝 희망을 가져볼 만하지 않나 생각한답니다. (아니면 말구요.^^ 헤헤.)

 

재작년 12월에 오른쪽 폐의 횡경막 신경이 암 때문에 마비되어 올라붙으면서 눕지도 못하고 숨 쉬는 게 힘들어졌어요. 조금씩 한쪽 폐로 적응이 되어서 지금은 그때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작년 여름에 폐기능 검사를 했는데, 중증 제한성 환기장애라네요. 호흡량이 정상인의 46%라고 합니다. 문제는 오른쪽 폐의 횡경막 신경 옆에도 암이 있어서 오른쪽 횡경막 신경마저 마비시키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진료도 받고, 심폐소생술 포기 요청서도 써두고, 진지하게 죽음을 준비했었는데, 그후로 폐의 암세포들이 큰 말썽 부리지 않고 잠잠합니다.^^

 

작년 12월에 4개월만의 검사에서 간에 새로 커다란 전이암이 발견되어서, 그런 속도라면 1개월을 못 넘기고 간이 암세포에 잠식 당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거의 1개월 간격으로 계속 씨티 찍었구요. 다행히 더디게 나빠져서 약만 바꾸다가, 올해 4월에 다시 펫 시티 찍었는데, 음하하하~ 완존 선방했답니다. 6월 중순에 검사 결과가 또 나오면 대충 추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심장과 늑막에 차 있던 물이 저절로? 사라졌답니다. 심부전 증상도 많이 좋아졌구요. 하지만 아직도 하룻밤 사이에 뱃속 아기??가 9개월이 되기도 합니다. ㅋㅋ 복수랑 부종이 컨디션 따라 심했다 괜찮다 하거든요. 심장 박동수 낮춰주는 약이랑 이뇨제랑 심부전 치료제 꾸준히 먹고 있구요. 항암약도 매일 먹는 중이고 늑막 통증이 심해지면 마약성 진통제도 먹습니다.

작년 봄에는 갈비뼈 골반, 요추 등등, 뼈 전이 때문에, 허리 통증이 심할 거라고, 통증 있으면 응급실로 오라고 해서 긴장했었는데, 아직까지는 신기하게 심각한 증상이 없습니다.^^

 

 

유방암 타입에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재발 전이가 잘 되는 허투 유전자 양성이고, 호르몬 양성입니다.

아래, 아산병원에서 유방암 수술환자에게 주는 자료입니다. 보통의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생존율이 높습니다. 호르몬 양성, 허투 음성 유방암의 경우에는 4기 5년 생존율이 40%가 넘어가지요.

하지만, 제 타입인 허투양성, 호르몬양성은 0%였어요. 허투양성 치료제로 허셉틴이라는 표적치료제가 아마 2003년인가 4년인가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는데, 그 후 생존율이 꽤 좋아졌다고 합니다.(자료에도 생존율 20%로 올라갔지요. 지금은 더 높아졌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허셉틴 치료의 부작용이 심부전이라서, 치료 받다가 저처럼 심부전이 생기면 더 이상 표적치료를 못한다는 겁니다. 허투 단백질이 심장에도 많이 있어서 그렇다네요. (저는 12년에 중단했지만, 허셉틴 치료를 7년 이상 받으면서 관리 잘 하고 있는 환우도 있다 들었어요.)

 

아무튼, 제가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로, 허셉틴 치료도 못 받는데도 몇 년을 버티고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합니다.ㅎㅎ

제가 요즘에는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김 새서 안 죽을라고~”라고 합니다.

 

00님께서 쉽지 않은 말기암 투병기간 동안 제게 제일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덕분에 덤으로 사는 앞으로는 좀 더 힘을 내보려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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