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찬선 신부님

영적인 입덧

김레지나 2017. 10. 15. 12:36

연중 제27주간 토요일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제가 매일 기도하는 지향 중에 올해 들어와서 두 자매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 조카며느리이고 다른 하나는 아는 분의 딸입니다.

제 조카며느리는 임신을 했는데 먹는 것을 다 토하고 그래서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입덧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입덧을 좀 심하게 한다고 제가 기도를 하겠습니까?

제가 그 아이를 위해 특별히 기도를 한 이유는 그 아이가 제 조카와 유학을 갔는데 거기서 임신을 했고 그때도 입덧이 너무 심하여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결국 사산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후 한동안 아기가 다시 들어서지 않다가 올해 다시 임신을 했는데 이렇게 고생하는 아이가 안쓰러우면서도 참으로 대견합니다.
그렇게 입덧의 고통과 사산의 아픔이 있었고 그 고통과 아픔이 또 다시 예견되는데도 그것을 각오하고 다시 임신을 하였으니 말입니다.

제가 아는 분의 딸은 아기를 낳고 얼마 안 있어 자신의 암이 발견되어 어린 아기를 놔두고 지금 항암치료를 받는데 먹는 대로 다 토한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아리고 아프고 그래서 다른 누구보다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것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그 독한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걱정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린아이의 엄마로서 심리적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이들이 애를 잘 낳고 암을 이겨내게 해달라는 것도 있지만 오늘 주님께서 영적인 엄마가 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셨듯이 이들이 애를 낳고 암을 이겨낸 다음에 그저 한 아이의 엄마들이 아니라 영적인 엄마들이 되게 해달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들이 이 고통을 통해 아이의 엄마만 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함께 하느님이 그들 안에 들어와 그리스도의 엄마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한 아이가 들어서고 태어나려면 입덧을 해야 하듯 제 안에 하느님이 들어서려면 저도 영적인 입덧을 해야 하고 무당이 접신을 하기 위해서는 무병을 앓아야 하듯 저도 하느님을 모셔 들이기 위해서는 신병神病을 앓아야 하는데 제 조카며느리가 고통이 얼마니 클지 알면서도 받아들였듯이 저도 영적인 입덧과 신병을 감수하고 감당케 해달라고 기도하는 겁니다.

그런데 영적인 입덧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겠습니까?
입덧의 이유가 과학적 생물학적으로 무엇인지 모르지만 제 나름대로 신앙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고통스런 사랑 현상>입니다.

한 생명이 내 안에 들어서는데 고통 없이 들어서게 할 수 없도록 하느님께서 그렇게 마련하신 것이 입덧이고 그것이 사실은 모든 진정한 사랑의 법칙입니다.
진정한 사랑치고 아프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은 없습니다.

이런 것이니 영적인 입덧이란 하느님 사랑 때문에 모든 고통을 받아들일 때 오는 것이고, 하느님 사랑 때문에 고통 주는 사람을 그리스도로 받아들일 때 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너무 나를 사랑하고 만족을 줄 때 그 사람이 그리스도를 잉태케 하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그 만족에 머물고 더 이상 하느님을 찾지 않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나에게 터무니없이 고통을 줄 때 억울해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영적인 입덧을 하라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음식으로 그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