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7년

<함께 있음> 초대하는 글

김레지나 2017. 7. 21. 14:13

초대합니다.

 

주님의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

 

  2006년 1월 9일, 만으로 서른아홉, 한창나이에 저는 암환자가 되었습니다. 십일 년이 지나는 동안 주님의 말씀이 제 발에 등불이 되어 주시고, 제 길에 빛이 되어 주신 덕에 저는 고통을 이겨내고도 남을 기쁨을 누리고, 고통의 의미를 배우는 은총을 입었습니다.

  제가 없는 재주와 시간을 다해 이 긴 기록을 해내느라 수고한 이유는 제가 잘한 점을 알리고 싶어서도 아니고, 제가 힘들었던 것을 이해받고 싶어서도 아니고, 같은 처지의 환우들에게 인간적인 위로만을 주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저를 지으신 하느님께서 얼마나 큰 사랑으로 보잘것없고 약점투성이인 저를 기다려주시고 위로해주셨는지를 알리기 위해서이고, 하느님께서 제 삶 안에 들어와 저를 만나주셨듯이 여러분이 제 삶 안에 들어와 하느님을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시시하고 유치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편집하지 못하고 실어놓은 탓에 살짝 피곤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뽑아 실어놓은 이야기가 서툴고 실망스럽다면, 이 글에 담기지 않은 부족한 모습들은 얼마나 많겠습니까. 제 모습이 평범하고 실망스러울수록 오히려 하느님의 자비가 돋보이리라는 믿음이 있고, 하느님께서는 형편없는 재주로나마 당신을 칭송받게 하려는 제 바람을 기뻐하시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 삶의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6년 12월 24일, 병실에서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 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합니다. 그 누구도 이러한 초대가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쁨에서 배제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길로 나서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우리는 그분께서 언제나 그곳에,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심을 깨닫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복음의 기쁨> 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