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블로깅이 뜸했습니다.
글들을 책으로 엮는다고 교정작업을 하느라, 또 아프느라 며칠씩 시간을 못 내는 날들이 많았어요.
이제 거의 마무리 되어서, 맘놓고 살 수도 있고 맘놓고 죽을 수도 있겠어요. ㅋㅋ
<천국에 가면 무엇을 할까?>가 제 책에 실을 마지막 글입니다.
마지막 글은 너무너무 힘겹고 쓰기가 싫어서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지경이었어요.
'이거 넘 거창해지는데요? 제 능력 밖인데요? 제가 뭐하고 있는 걸까요?' 하고 수도 없이 투덜거렸네요.
완성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 이틀 멍~~하니 쉬었다가
씨티 검사 결과 보러 병원 다녀왔어요.
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먼저 좋은 소식은요.
양측 폐, 늑막, 기관지 등에 퍼져 있던 여러 개의 암덩어리들이 성장을 멈추었답니다. 키키키.
3개월 전 씨티와 비교해서 아주 살짝 줄어든 것들도 있다네요.
오마나 오마나,,,, 암 전이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헤헤.
한 달 전 진료 때 항암 약 추가하겠다고 했었는데,
음하하,,, 그냥 호르몬 억제제만 먹자고 합니다.
심부전 때문에 허투 양성인데도 허셉틴 표적치료를 못하고 있으니,
선택지가 별로 없거든요.^^
참, 늑막에 차있던 물이 사라졌대요.ㅎㅎ
그리고 아마 심장에 고였던 물도 사라진 듯 (이건 안 물어봤는데, 결과지에 아무 언급이 없는 걸 보니)
아싸~~~ 기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나쁜 소식은요.
다음날 완화의료 가정의학과 진료 보았는데요.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저 암 성장이 멈추었다는데요. 좀더 살 모양입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통증도 사라졌다고 하니, 의사샘이 지속형 마약성 진통제는 빼고 응급시에 먹으라고 속효성 진통제만 처방해 주셨어요.
왼쪽 다리에 특히 많이 부어서 오금쟁이랑 발 뒤꿈치에 통증이 있고, 발에 감각이 아직 안 돌아왔고,
머리가 잡아 당기듯이 아프고 양쪽 가슴과 어깨가 뻐근하게 아플 때도 있고 몹시 아플 때도 있다고,
불면증이 심하다고 말씀드렸고,
늑막이 아직도 올라 붙어 있느냐고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시길래,
숨쉬는 게 불편해서 노래 한 소절을 한 호흡에 못 부르고, 앉았다 누우면 숨이 차고,
정상 속도로 걸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여러 번 쉬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폐가 많이 찌그러져 있는 원인을 찾아보자고 흉부외과 협진의뢰해주셨고,
폐기능 검사 처방해주셨어요.
폐기능 검사 중간보고서 자료 뽑아보니,
헐~~ 중증(severe) 기능 장애라고 하네요.
2011년부터 병원에 갈 때마다 한 번도 빠짐 없이 숨쉬기 힘들다고~ 힘들다고 했었는데, 흑흑....
항암 중에는 부종이 심해서 그렇다고,
심장 크기 정상이라면서 3개월마다 하게 되어 있는 심초음파 검사를 안 시켜주더니,
급기야 심부전이 되었고,
일 년이 지나도 붓고 숨쉬기 힘들다고 하소연 했더니,
순환기내과 진료 보라고 해서 갔었는데, 젊은 여의사가
"이 정도로 숨차거나 하지는 않거든요."하면서 거짓말쟁이 취급을 했지요.,,
결국은 심부전증상이 호전이 안 되고, ㅠㅠ...
그 다음에는 계속, 호흡곤란을 호소할 때마다 심부전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아니면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횡경막이 올라가면 그럴 수 있는데, 방법이 없어요.~~
흑흑.. 그냥 그런갑다, 견뎌야하는 건다보다 했었는데,
막상 폐기능 검사 결과를 수치로 보니까,,, 그간 왜 적극적인 검사를 안 했는지, 억울해집니다용.
숨 못 쉬는 건 넘 무서운 증상이어요. 그것도 7년째,,,
이제야~~ 원인을 찾자니, 원...ㅠㅠ
삼주일 쯤 전에 유방암 앓던 두 살 어린자매가 폐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저도 결국은 심장 때문이거나 폐 때문에 호흡곤란으로 갑자기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지 보고 공부를 해보니,,, 호전은 안 되고, 악화를 늦추는 길밖에 없다고 하고
감기 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니,,,, 쪼매 심란합니다.~~
암튼, 그래도 지금 이만큼 지내는 것도 기적으로 칩시다. ㅎㅎ
좋은 소식 붙들고 하루 기분이 좋았고,
나쁜 소식 붙들고 하루 기분이 나빴으니,
그걸로 퉁 치고~
2주 후 병원 갈 때까지 약 잘 묵고 좋은 소식만 되새김질 해야겠어요.
좋은 소식 붙들고 충분히 하루 기분 좋게 못 지냈어요.
집에 가서 아들들 방에 암막 커튼 새로 달아주고,
신발장 정리하고,,, 애들 옷이야 여름 이불이야 택배온 것들 정리하고
느무느무 바빴거든요.
너무 피곤하니 잠이 더 안 와서 12시 반에 잠들어 두 시에 깼고,
다섯 시에 다시 잠들어 여섯 시에 깼고,,,계속 비몽사몽했거든요.
이제부터는 암 성장이 멈추었다는 사실만 만끽해봐야지요.
이래도 주님께 감사, 저래도 주님께 감사, 그저그저 감사..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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