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환시를 보고 예언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대단씨가 어떤 보통 사람을 위해 환시를 보고 예언을 듣고 전해주었다고 하자. 그 환시와 예언이 참이고, 그를 통해 보통씨가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하자. 그를 보고 대개의 지인들의 반응은 영험한 대단씨에게 쏠리게 마련이다. “와, 그 사람 훌륭하네. 환시를 본다는 말이지? 예언의 은사를 가졌다는 말이지?” 그런 식이다.
지인들은 틀렸다. 환시를 보고 예언을 듣는 사람은 그냥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만 할 뿐이고, 굳이 더 훌륭한 쪽을 고르라면 예언을 전해준 대단씨가 아니라 예언을 듣고 위로를 받은 보통씨이다.
그리고 찬양을 받아야하는 분은 대단씨도 보통씨도 아니고, 보통씨를 위로해주시는 하느님이시다. 오직 하느님만이 훌륭하시고 하느님만이 주인공이시다. 부족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비참한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분, 오직 하느님만이 주인공이시다.
성령의 은사가 탁월하다는 사람일수록 마귀의 능력에 속거나 현혹될 수도 있고 교만해지기도 쉽다. 만약 대단씨가 자신이 하느님의 도구일 뿐이라는 자각을 잊고서 하느님을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쯤으로 착각하고 지낸다면, 대단씨는 자기는 분명 하느님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서서히 타락하게 된다. 그러한 타락에서 비롯된 열매는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분별해내기 어렵고, 분별하기 어려운 만큼 주위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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