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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이상 없는 대상포진도 있다

김레지나 2016. 12. 30. 16:29

피부에 이상 없는 대상포진도 있다

  •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6.12.22 09:00

희귀 질환

 
대상포진

대상포진(Herpes Zoster)은 수두바이러스의 최초 감염 후 바이러스가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신경분포를 따라 피부 발진과 함께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은 발병 후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호전되지만,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치료 후 재발이 쉬워진다.

수두바이러스는 우리 몸 신경 한 구석에 숨죽인 상태로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강할 때는 재발하지 않지만 몸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나이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재발해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대상포진 후 발생하는 신경통은 약물치료나 신경차단술 등을 통해 치료하게 된다. 이때 통증이 한 달 이상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남아서가 아니다. 바이러스는 치료하면 1~2주 내 우리 몸에서 없어진다. 다만 바이러스가 신경에 감염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해당 신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없어져도 통증이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고령으로 인해 면역력이 낮을 경우 대상포진 치료후에도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재헌 교수는 “통증을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고,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 참는 분들이 있다”며 “대상포진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행동으로 즉시 치료해야 재발 위험도 낮추고 신경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신경 이상에 의한 신경통이기 때문에 피부에만 국한된 통증이 아니다. 특히 신경 이상은 척추뼈 안에 있는 척수에도 병변이 생기고, 나아가 머리 속에 있는 뇌도 변성을 오게 해 중추신경까지 고장을 낸다. 인체의 신경은 특정 자극이나 손상이 가해지면 말초신경에 병변이 생기지만 지속적으로 손상이 이어지면 신경과 관련된 중추신경까지 변성이 생긴다. 중추신경이 변성되면 원래대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럴 경우에는 무발진성 대상포진이 생길 수도 있다.

 

대상포진 환자 0.1%는 무발진성
대한통증학회가 국내 11개 병원, 1414명 대상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무발진성 대상포진 빈도는 0.1%로 1000명당 1명 정도였다. 지난해 대상포진 환자가 약 66만6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666명이 무발진성 대상포진일 수 있는 것이다. 무발진성 대상포진은 대상포진의 특징인 피부병변 없이 통증만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피부병변이 없어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혜란교수는 “피부에 병변이 없기 때문에 과거 대상포진을 앓은 경험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병변으로 판별할 수 없기 때문에 DNA 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경통과 무발진성신경통 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피부 발진 시작 후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항바이러스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부분 배치돼 있다. 빨리 치료해야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홍성준 교수는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제 투여 후 일차 약물치료, 적절한 신경차단술 등을 조기에 시행하면 통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대상포진은 피부병이 아닌 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통증인 만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