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잘 지내느냐고, 몸은 어떠냐고 해서
"응 요즘 즐거워."라고 했더니,
"내가 니 맘 다 아는데, 뭐가 즐거워야?"하지 않겠어요?
"허허. 정말이라니까."
"애들 걱정도 하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친구가 그러기에
"애들 걱정 안 된다. 이제, 다 맡기니까 진짜 마음 편해."했더니,
"애들 걱정이 어떻게 안 되냐?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라고 합니다.
하긴 제 말을 안 믿을만도 하다 싶어서 웃고 말았습니다.
요즘 제가 확실히 맛이 갔습니다. ㅋㅋㅋ
몸도 마음도 여유롭고, 헤롱헤롱 헤죽헤죽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좁고 험한 길이지만 갈수록 편한 길로 나를 이끌어주시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이
지금 제 맘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봅니다.
하느님께서 요즘 저한테 급친절해지셔서
하느님께서 저를 처음 부르시던 때의 철부지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불면증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 등이 들쭉날쭉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5시 반에 일어나서, 잠깐 동생이랑 채팅하고 한 시간 반쯤 깨어있다가
다시 잠들어서 9시에 일어났지요.
창문을 열고 쌉쌀하게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한껏 들이마십니다.
화단의 꽃들, 겹겹이 보이는 산들, 그 사이로 내려앉은 구름,...
즐겁기 그지 없습니다.
평화방송을 틀어놓고.... 컴을 켜고, 기사도 보고 방송도 보고 뒹굴뒹굴 지내다가
아점을 대충 챙겨먹습니다.
요리야 뭐... 그까이꺼.. 평소대로 엉망으로 합니다.
오늘은 특별식, 냉동실에서 꺼내놓았던 낙지 두마리(엄마가 전에 갖다 주신)를 대충 북북 씻어서
일단 후라이팬에 넣고, 간장 넣고, 마늘 넣고, 텃밭에서 딴 깻잎 넣고 뒤적뒤적 익힌 후에
가위로 아무렇게나 동강동강 잘라서 반찬으로 먹었슴다.
표고버섯을 말리는 그릇을 바꾸어 밖에 냏어놓고, 방을 비질합니다.
오늘은 늦장을 피우다 한 시쯤에 산에 갔지요.
저는 환우들과 같이 가는 것보다 혼자 산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같이 다니는 환우 언니가 항암치료 받으러 가서 오늘은 저 혼자~ ㅋㅋ
오른발 안쪽이 당기면 심하게 아픈데, 걍 무시하고 출발~!
호흡곤란으로 가슴이 답답하던 증상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배가 빵빵한 것도 많이 가라앉았지요.
지팡이 짚고 피톤치드 길을 올라가면서 (사실 길이 완만하고 잘 나 있어서 등산이라고도할 수 없지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계속 바칩니다.
지향은.. 아~~ 정말 너무너무 많아서 한 가지만 정할 수도 없습니다.
병원에서 같이 기도모임을 했던 환우들, 어쩌면 임종을 앞두고 있을 글라라 언니를 위한 기도가 제일 급합니다.
그분들의 선종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유방암 폐전이로 투병 중에 급작스레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 S 언니의 영혼을 위해,
우리 둘째 아들이 하느님과 좀 더 가까워지기를...
어제 두 번째 예비자 교리를 받은 옆집 형제님의 영적인 건강을 위해,
어제 교리반에 참석하지 못한 옆집 언니가 흔들림 없이 신앙에 대한 열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또, 전 본당 신부님 두 분, 지금 본당 신부님, 임 신부님, 조 신부님, 이 신부님, 손 신부님, 김 신부님, 차 신부님,....
사제 그만 두신 00 신부님도 기억합니다.
모니카님, 안젤라님......
임종을 맞는 사람들 중 아무도 기도해주지 않는 영혼들,
교리반 맡고 계신 수녀님,
학사님들, 예신생들도 기억합니다.
우리 가족들, 시댁 가족들도 떠오릅니다.
곽샘, 채샘... 고마운 분들도 기억합니다.
천주교 신앙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생각납니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하고 정신이 들면, 저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산을 내려올 때는... 하이톤으로 ㅋㅋ 소리내서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연달아 바칩니다.
고음불가 레지나가 왜 높은 음으로 기도하는지,, 저도 모르지만 웃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치유의 숲길'에서는 한 구간을 왔다 갔다 거닐며 사랑에 취해 "아빠"하고 불러봅니다.
그리고 속으로 '내 사랑', 소리내어 "아빠", 속으로 '내 사랑'........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오늘은 기분이 업 되어서 간만에 영가도 불렀습니다.
평탄한 잣나무 숲길도 꽤 긴데,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지팡이를 들고 요리조리 흔들면서 박자맞추어 걷습니다.
넓고 큰 산이 아직은 알려지지 않아서 등산객이 거의 없어서 넘 좋습니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두 시간쯤 산책합니다.
다들 혈색도 좋아졌다고 하고, 부기도 쪼매 빠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려올 때에는... 관절이랑 근육이 아파서 지팡이에 잔뜩 의지해서 달팽이처럼 기다시피 걷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먼저 빨래를 돌립니다.
그리고 각탕을 하지요.(요즘 들어 쪼매 부지런해졌습니다.)
묵주기도 5단하면 시간이 다 됩니다.
지향은..."넘 많아서 저도 모르겠습니다."입니다. ㅋㅋ
암튼 되도록 집중해서 묵상을 해보려고 하는데,,, 분심이 많이 들지요.
평화방송에 나오는 강의를 자주 듣는데,
오늘은 전삼용 신부님의 교리를 위한 교리. 뱀(자아)가 있는 이유를 배웠습니다.
엄청 귀여우십니다.
평화방송에 나오는 신부님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더욱 은혜로운 강의 해주시라구요.ㅎㅎ
빨래를 널고,
급 피곤해져서 다리를 올려놓고 누워서 쉽니다.
온열찜질기를 데워서 배 위에 올려놓구요.
파프리카 하나를 와작와작 씹어 먹고,
포도 한 송이를 먹었습니다.
평화방송 다큐멘터리 파우스티나 수녀님을 보았습니다.
수녀님도 병치레를 엄청 많이 하셨답니다.
병원에 입원도 많이 하셨고,
폐결핵으로 서른 셋에 돌아가셨지요.
9년 전에 파우스티나 수녀님 자서전 원본을 완독했었는데,
기억나는 부분이 거의 없네요.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기도 하고,
예수님이 파우스티나 수녀님께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어휴. 쫀쫀하시기는...."하고 흉도 좀 봅니다
평화방송에서 묵주기도를 하니 누운 채로 함께 합니다.
오늘은 영광의 신비를 했어요.
방송에서 나오는 묵상 말씀이 언제 들어도 참 좋습니다.
K 샘한테 간만에 전화를 했습니다.
토욜날 집에서 묵어간 자매들이 기도응답 받은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히히. 즐거운 시간이지요.
낼 부터는 매듭을 푸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를.. 다시 정식으로 기도문 보고 시작할까 합니다.
제 글 묶음도 정리해야 하고,(수 년째 미루어둔..)
동생이랑 했던 대화도 정리해야 하고,
방송 들으면서 받아 적었던 신부님 강의도 정리해야 하고...
할 일은 무지 많은데,
뒹굴거리다, 피곤하면 자고,,,, 시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언제 할지 기약이 없습니다.
책 한 줄도 못 읽지요.
양쪽 집 빌려주려고 선교책자랑, 사도신경, 통하는 기도,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송봉모 신부님의 성서와 인간 시리즈.. 등등 책을 몽땅 갖고 왔는데,
이동 도서관?만 차려놓고,
정작 저는 책을 못 읽고 지냅니다.
엉터리 레지나 맞습니다.
암튼, 믿거나 말거나 엉터리는 요즘 행복합니다.
그 행복은 엉터리가 아니라 진짜배기 행복입니다.^^
아고,,, 저녁을 안 먹었더니 배가 쪼매 고픕니다.
냉동실에 넣어 둔 옥수수 데워서 먹어야겠습니다.
헉~! 방 온도가 30도, 바닥 따뜻하라고 불을 땠더니, 덥네요.
커텐 열고 바깥 공기를 좀 들여야겠어요.
오늘은 낮잠을 안 잤더니~~~피곤하네요.
아함~~ 늦게 자는 버릇은 안 좋은데...
블로깅 하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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