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5월 27일 연중 8주간 수요일

김레지나 2015. 6. 16. 20:10

5월 27일 연중 8주간 수요일 
 
사제와 수도자의 모습인 저 역시 세상의 물을 마시고 세상의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주님께서 세우신 거룩한 교회 역시 세상의 소용돌이를 비켜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앙은 세상의 가치관과 방식을 거슬러 가야 하는 도전이며 외로운 길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가십니다. 그 길은 십자가의 희생과 죽음을 통해 드러날 하느님 영광의 길입니다. 주님과 함께 제자들이 그 길을 뒤따르는 가운데 야고보와 요한 두 형제가 예수님께 청을 드립니다. 그것은 세상의 영광을 얻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이 말을 듣고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차마 드러내지 못한 욕망을 주님 앞에 대 놓고 청하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실상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세상의 화려함과 영광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이르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마르 10,43) 
 
'죽은 물고기는 물과 함께 흐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밀려오는 세상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라는 거센 물결이 들이 치고 있습니다. 이 물결 속에 오직 살아있는 영혼만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성공과 명예, 부와 권력,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우리 모두를 죽음으로 이끄는 거센 물결처럼 우리의 정신을 유혹하고 공격합니다.  
 
신앙인은 그리스도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그분이 가신 참된 생명과 영광의 길을 가기 위해 우리는 살아있는 물고기가 되어야 합니다. 오직 산 물고기만이 물살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이 우리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을 믿고 신뢰하는 영혼만이 흙탕물 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세상의 물살을 헤쳐 나가, 도도히 흐르는 구원의 강물에 이르게 됩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세상의 논리와 가치관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정신이 오염되고 생각과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 나아가야 됩니다. 내 욕망의 불길과 세속적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주님으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그분의 사랑과 자비, 나를 향해 내밀어 주시는 위로와 용기의 손을 잡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내면에 꺼져버린 믿음의 불, 희망의 불, 사랑의 불을 뜨겁게 타오르는 예수 성심 안에 들고 나아갑시다. 주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생명이 되어 우리를 다시 살아나게 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물고기가 되어 죄와 죽음의 물살을 거슬러 생명의 바다이신 하느님께 이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