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 살 때의 일이다.
같은 집에서 자취를 하던 M 선생님은
줏대있는 고집이 있고, 어린애처럼 순수한 분이시다.
몸이 안 좋아 퇴근하고 피곤해서 자려고만 하는 나를
매일 당신 방으로 불러 같이 묵주기도를 하게 했다.
나는 투덜대면서도 분심 가득한 가운데 자울자울 묵주기도를 함께 했는데,
한 시간쯤 기도하면 "김선생한테는 이정도면 충분해"라고하면서 나를 먼저 돌려보내고
혼자서 더 기도하곤 하셨다.
M 선생님의 언니는 수녀님이시고, 동생도 기도에 열심인 분이었다.
하루는M선생님과 동생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다.
나를 위한 환시를 이야기해주셨다.
예수님이 내 머리에 박힌 못을 빼주셨고,
성혈을 먹여주시려고 하시는데, 내가 입을 꼭 다물고 마시려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환시예언이었다.
물론 지금도 다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때 내게 주시려고 하던 잔을
그후로 제법 홀짝홀짝 맛보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천상에서부터 내게 주어진 잔을 다 비우는 날
사랑이신 예수님을 마주 뵈옵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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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권사님은 웃음존에서는 깔깔대고 웃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춤도 잘 추시고
약간 푼수같은 언행으로 환우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려 애쓰신다.
M 권사님은 겉으로는 2% 부족한 듯 보이는데,
그분 영혼은 보통 신앙인들보다 20% 더 기품이 있다.
늘 "언제든지 주님이 부르시면 우리 본향으로 돌아가는 거지요."하면서 웃으신다.
문득 고등학교 다닐 때 들었던 개신교 찬양이 생각났다.
<본향을 향하네>라는 합창곡이다.
다시 찾아서 들어보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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