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파파 프란치스코

교황 “평화는 정의의 결과…불의 잊지않되 용서로 극복해야”

김레지나 2014. 8. 29. 20:32

교황 “평화는 정의의 결과…불의 잊지않되 용서로 극복해야”

등록 : 2014.08.14 20:33 수정 : 2014.08.14 22:27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전통의장대 앞을 지나 공식환영식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에 온 프란치스코 교황] 박대통령-교황 공동연설
교황 “한국사회 분열 극복하려면
한사람 한사람 목소리 듣고
소통과 대화 늘리는 게 중요”

박대통령 “교황 방한 계기로
국민들 마음 상처 치유하고
핵없는 통일 한반도 열어가야”

교황 방한 첫날인 14일 청와대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은 한목소리로 ‘평화’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교황은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정의’와 ‘소통’의 중요성을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핵 없는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게 평화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답했다.

교황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성하의 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평화란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파했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관련해 교황은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 자연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뼈 있는 조언도 내놓았다.

교황 방한 첫날 일정 (※클릭시 확대됩니다.)
박 대통령은 환영 연설에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사고의 아픔과 젊은 병사들의 죽음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교황님의 방문으로 국민들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님이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 천주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함께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정신을 심어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황님의 방문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에 희망의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통일을 이루려면 수많은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갈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부터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며 “핵 없는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교황님을 비롯한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인의 염원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환영사 마지막에 “교황님께서 ‘생필품이 필요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우리 식탁에 여분의 자리를 남겨두자’고 말씀하셨듯이, 대한민국의 식탁에도 여분의 자리를 남겨두어 가난한 이웃과 늘 함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설 시작 전 교황과 박 대통령은 청와대 공식 환영식 및 약 20분간의 정상면담을 했으며, 미리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인류를 애정으로 감싸는 교황의 큰 뜻’을 기린다는 의미로 꽃과 나무 무늬가 자수된 화목문 보자기 액자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교황은 로마대지도가 담긴 동판화 액자를 박 대통령한테 전달했다. 액자는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해 바티칸 도서관에서 교황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구리 위에 로마 모습을 세밀하게 새긴 것이다. 교황이 직접 작품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교황은 청와대 방명록에 ‘다채로운 전통이 있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전파하는 따뜻한 나라의 환대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평화는 정의의 결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청와대 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강조한 정의와 평화론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주도한 요한 23세 교황이 발표한 ‘지상의 평화’ 회칙에서 따온 것이다. 과도기 교황 정도로 취급됐던 노교황에 의해 단행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선교란 신자를 늘리는 활동이 아니라 인류의 공동선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며 교회의 세계관을 뒤바꾸어 놓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시작된 지 꼭 50년 만에 즉위했다. 요한 23세가 즉위한 77살의 나이였다. 그는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 이후 등극한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후퇴한 아조르나멘토(현대화·쇄신)를 되살릴 제3차 바티칸공의회를 이끌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