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파파 프란치스코

교황, 환영 나온 시민들 보고 차 세워 일일이 악수

김레지나 2014. 8. 29. 20:30

교황, 환영 나온 시민들 보고 차 세워 일일이 악수

등록 : 2014.08.14 21:42 수정 : 2014.08.15 16:57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들머리에서 교황 일행이 탄 행렬이 들어서자 손을 흔들며 맞이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국에 온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첫날 표정
북한 탈출 주민·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도 공항에서 영접
교황, 세월호 유족 눈 맞추며 위로

교황, 박 대통령과 첫 인사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 한국인 많아”
환영하는 박 대통령에 화답

교황 지나는 길목마다 환영 인파
지체장애인 가까이 불러 축복도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하루 곳곳에서 수많은 한국 국민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교황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인파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차를 세워 어린이들과 장애인에게 축복하고 환호하는 이들에게는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알리탈리아 전세기의 출입문이 열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이 기내로 들어가 교황을 영접하기로 돼 있었지만, 교황은 이미 출입문에 나와 있었다. 계단 아래까지 영접을 나온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에게 “비엔베니도 아 코레아(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교황님을 모시게 돼서 온 국민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스페인어 인사를 섞은 환영의 말을 건넸다. 교황은 “네. 저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 많은 한국인이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장시간 비행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교황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공항에 영접을 나온 세월호 침몰사고 유족들과 북한이탈주민, 이주노동자 등 한국 사회의 약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악수를 했다. 이날 영접에는 방한을 축하하는 예포 21발을 발사한 것 말고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영접을 나온 50여명의 환영단과 15분 남짓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공식 의전 차량인 국산 소형차 ‘쏘울’에 올랐다. 차량에 오르기 전 건너편에서 취재를 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차에 탈 때는 검소함과 소탈함의 상징인 ‘검은 서류가방’을 직접 들었고, 차가 출발한 뒤에도 한동안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었다.

서울공항을 떠난 뒤 오전 11시25분께 청와대 인근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도착하자 2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교황이 탄 소형차를 맞이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초대교회 공동체 운동 ‘네오까떼꾸메나또 길’ 소속 신자들은 환영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한국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으로 성가를 부르기도 했다. 차에 탄 교황은 웃으며 신자들의 환영에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대사관에서는 한국 수녀 몇몇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이 직접 미사를 집전했으며 스페인어로 강론을 했다. 교황은 청와대로 이동해 공식환영식, 박 대통령 면담, 공동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국 고유의 하얀 명주에 화목문을 수놓은 전통 보자기를 액자에 넣어 선물했으며, 교황은 지난 2000년 ‘대희년’을 맞아 단 300장만 제작된 ‘로마대지도’ 동판화 작품을 선물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은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단을 만난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와 인사하면서 “북한의 결핵환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직원 77명은 동요 ‘아빠, 힘내세요’를 개사한 ‘파파, 힘내세요’를 부르며 교황을 환송했고, 교황은 이들 직원과도 일일이 악수를 했다. 교황은 차를 타고 협의회 정문을 나가다 그를 기다리던 인파를 발견하고는 차를 세운 뒤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했다. 어린이 3명과 한 지체장애인 남성은 차 가까이로 불러 손을 머리에 얹어 축복해주기도 했다. 200m쯤 되는 거리를 도보에 가까운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교황은 이날 협의회 방문을 끝으로 일정을 마쳤으며 대사관으로 돌아간 뒤에는 별도의 일정 없이 휴식을 취했다. 대사관에서 한 점심과 저녁 식사는 대사관의 일반 식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방한준비위원회는 밝혔다. 박 대통령과 별도의 오찬이나 만찬 등의 일정이 없는 것과 관련해 방한준비위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바티칸 수장으로서 방한하신 점도 있지만, 신자들을 만나는 사목적 방문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때에도 그 나라 정상과 식사하는 일정이 없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바티칸에서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진명선 석진환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