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조영대 신부님

살았으나 죽었고 죽었으나 살았다.

김레지나 2014. 5. 1. 08:53

살았으나 죽었고 죽었으나 살아있다.

ㅡ조영대 신부

 

   제일 좋은 시절이라는 5월의 저 하늘이 너무도 슬프다. 잔인한 4월에 이어 5월까지 우리는 터져나오는 한숨으로 지내야 한다. 이 한숨, 이 애끓는 눈물이 언제나 멈출고...!!!

 

   세월호 선장은 객실 내 학생들을 외면하고 먼저 탈출하여 너무도 비굴하고 추하게 살아있으나 그는 사실 죽은 것이다. 반면 자기 구명조끼마져 내어주며 제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살아나오지 못한 단원고 남윤철(아우구스티노) 선생은 제자들과 우리들 가슴에 너무도 아름답게 생생히 살아있다. 구조되었으나 살았다 할 게 없는 선장과 선원들과 대조적으로 그 얼마나 숭고한 살신성인의 모습인가? 승객들, 그것도 어린 학생들을 침몰하는 배 안에 버려두고 저 살겠다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정부부처의 혼선과 온갖 더러운 이권과 명분에 눈이 멀어 초동구조를 못한(아니 안한 거지!) 정부와 해경 때문에 세상에 고개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나라가 되었지만, 그래도 남윤철 선생과 같은 의인의 희생을 보면서, 그리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각처에서 노란 리본의 물결속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는 아름다운 한국국민들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한국에 손가락질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외신은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3등정부 1등국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우리 국민이 이런 3등 정부, '모피아 정부', '해피아정부',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선 국민의 생명도 저버리는 부패한 정부에게 국가권력을 맡기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대한민국 3등 정부가 부패한 종견(從犬)언론을 통해 구조실상을 진실되이 알리늩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작된 거짓 구조보도를 내보내고 있고, 정부 각 부처들의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중앙재난대책위원회의 중심 책임자라는 총리는 사퇴를 했다. 어이없게도 총리는 국정(국민이 아니라)을 위해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서 실상 도망을 갔다. 이 또한 그 못된 선장과 같은 모습이 아닌가? 물론 함량미달이라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끝까지 혼신을 다해 구조지휘를 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텐데 그리도 무책임하게 자리를 내놓고는 본인이 책임을 다 짊어지고 물러난다니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사실 이 모든 사태의 총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거늘 본인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책임질 사람들은 일일이 따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소리만 하고, 대개각으로 정국을 뚫고 나가려는 국가 원수라는 사람의 발언과 태도에 또다시 분노가 치민다. 우리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리 엉망이 되었단 말인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세월호같다... 온통 비리 투성이고 국민의 생명은 안두에도 없으며, 정작 책임져야할 사람이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가 그 선장이요 해경같다... 공부에 너무도 혹사를 당하는 우리 어린 학생들, 직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 청년들은 침몰된 세월호에 갇혀 생 수장된 우리 아이들 같다... 우리나라 어쩔꺼나...

   어떤 대통령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9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고 아프게 회고했는데, 지금의 이분은 어떠한가?

 

   요즘 SNS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염일방일(拈一放一)'이라는 글은 요즘 상황에서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한다. '염일방일(拈一放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를 쥐고 또 하나를 쥐려 한다면 그 두개를 모두 잃게 된다는 말이다.

   약 1천년 전 중국 송나라 시절, 사마광이라는 사람의 어릴 적 이야기이다. 한 아이가 커다란 장독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어른들이 사다리 가져와라, 밧줄 가져와라, 요란석을 떠는 동안 물독에 빠진 아이는 꼬로록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 때 작은 꼬마 사마광이

옆에 있던 돌맹이를 주워들고 그 커다란 장독을 깨트려 버렸다.

   치밀한 어른들의 잔머리로 단지값, 물값, 책임소재 따지며 시간 낭비하다가 정작 사람의 생명을 잃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꼬마의 지혜를 어른들은 왜 몰랐을까... 정말 미개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또하나 속상한 것이 있다(속상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이랴!). 노란 리본에 관한 얘기다. 우리 국민들이 구조에 대한 희망과 애도의 표시로 나비무늬를 담은 노란 리본을 매달거나 SNS로 확산되고 있는데, 노란 나비는 무속에서 저승으로 가는 영혼이요, 그런 나비무늬와 노란 리본을 사용하는 것은 주술이요 종교혼합주의에 빠져 귀신을 부르는 악한 사술이라며 노란 리본 켐페인을 멈춰야 한다는 문자가 나돌고 있다.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그 수많은 아름답고 따뜻한 물결을 어찌 이런 말도 안되는 수구 바리사이적 괘변으로 매도할 수 있단 말인가?

   노란 리본의 원조인 노란 손수건의 유래를 그들이 알기나 할까? Tony Orlando & Dawn 이 부른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1973년도에 만들어져서 넘버원 히트를 기록했는데, 우리 나라에는 '노란 손수건' 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 얘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4년을 형무소에서 보내다가 석방되어 집으로 가는 길이었던 빙고라는 한 남자에게 얽힌 이야기이다. 그는 가석방이 결정되는 날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만일 그를 용서하고 받아 들인다면 마을 어귀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 두라고... 손수건이 보이지 않으면 그는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론지 가 버리겠다고... 과연 그의 아내는 참나무에 노란 수건을 걸어두었을까...? 차창밖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너무도 초조한 마음으로 마을에 들어서는데 마을 어귀 커다란 참나무가 한 장도 아닌 수천 장 노란 손수건의 물결로 온통 뒤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나무 아래엔 하루도 그를 잊어본 적이 없는 그의 아내가 서 있었다...

   우리 1등 국민도 그 아내의 심정으로, 침몰배에 갇힌 우리 아이들 어서 구조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순수한 염원을 담아 노란 리본을 내 건 것인데, 거기에 그 말도 안되는 괘변을 늘어놓고 방해를 하는 못된 사람들 때문에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자, 우리 국민은 1등 국민이 될 저력이 있다. 수많은 구호의 손길이, 팽목항에서 눈물속에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천주교 광주대교구 가톨릭 상장례 봉사자들이 그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결코 주저하거나ㅈ 혐오스러워 하지 않고 자기 자식인듯 시신을 온 정성으로 수습하고 있다. 새벽 3~4시에 수습해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아무 대가 바라지 않으며 그 아이들 가족들의 아픔에 하나되어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 이들은 정말 1등 국민이다. 승객들이 죽든 말든 버리고 도망가는 추한 사람들도 있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들도 있다. 우리 스스로 3등 국민인양 넘 기죽지 말자! 그리고 미개한 3등 정부가 아닌 국민을 정말 아끼고 보호하는 바르고 정직한 1등 정부가 서는 날을 희망하자!

   우라 살레시안들도 모교의 정신을 살려, 살아 있으나 죽은 거나 다름없는 추한 사람 되지 말고, 죽어도 길이 아름답게 남을 사람이 되자!

  

   끝으로, 구조되지 못하고 바다속 침몰함에 갇혀있는 남은 희생자들도 한시 바삐 찾아내고, 이번 참사가 정당하게 수습되며, 이후 책임질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지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글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