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첫 출산 늦은 40·50대 여성을 노린다
이른 초경에 수유경험 없으면 암에 잘 걸려
30대부터 매달 자가검진하고 적정 체중 유지
가족력 있는 40세 미만 유전자변이 검진 필요매일경제입력2012.10.05 17:07
10월은 '유방암의 달'이다. 갑상샘암과 함께 여성 암 발병 중 1~2위를 다투고 있는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암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유방암의 달'이 제정됐다.
유방암 발생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5일 공개한 '2012 한국 여성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1996년 3801명이던 유방암 진단 환자가 2010년 1만6398명으로 15년 새 4배나 늘었다. 학회는 최근 3년간(2008~2012년) 유방암 환자가 매년 2500명가량 더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나 내년 유방암 진단 환자가 연간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유방암 발생을 연령별로 보면 40대는 2010년 37%로 2006년 40%보다 약간 줄었다. 이에 비해 50대는 4년 사이 25.7%에서 29.1%로 늘었다. 40대는 약간 줄고 50대는 약간 늘었지만 중년층에 해당하는 40ㆍ50대가 전체 유방암 환자 중 66.1%를 차지했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7명이 40ㆍ50대인 셈이다. 30대 환자는 2006년 14.3%에서 2010년 12.7%로 줄었다.
학회는 50대에 이어 60대(13%에서 14%로 증가)에서 유방암 발병이 늘어 서구형 유방암 추세를 닮아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50대 이하 유방암 발병이 전체 환자 중 78.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회와 가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20~40대 유방암 발병이 51.1%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방암 환자 평균 연령이 한국은 49세지만 미국은 61세다. 미국 유방암 환자 95%가 40대 이후에 암이 발견된다.
송병주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20대부터는 교육을, 30대부터는 자가검진으로 유방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고, 40대부터는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40대 이하 전업주부나 50ㆍ60대 여성도 정기검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유방, 사춘기 때 발육해 질환에 노출되기 시작
여성 유방은 사춘기 동안 발육한다. 유방은 15~25개에 달하는 브로콜리처럼 소엽(小葉)이 발달하고 지방조직이 증가하면서 성숙해진다. 나이가 들면 유방 분비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유방이 커지지만 밑으로 처진다. 브래지어나 자세교정, 운동으로 유방 아래 근육을 긴장시켜 처지는 것을 개선할 수 있지만 유방 자체 형태까지 바꿀 수는 없다. 담배는 유방 형태를 유지시키는 콜라겐을 파괴하기 때문에 해롭다.
유방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질환은 '암'이다. 암은 보통 유방에서 덩어리 형태로 만져진다. 유방 덩어리 중 80%는 물혹(낭종)으로 암과 전혀 관계가 없다. 동네 의원에서 '암'으로 진단받았다가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면 종종 물혹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낭종은 생리 직전에 더 커지고 만지면 아프다. 낭종은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생기며 폐경 후 대체로 없어진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암 발병에 영향 미쳐 유방암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뉜다. 아직 유방암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각종 연구와 임상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다.
유전적 요인은 가족 중 유방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방암 환자 5~10%가 유전성 유방암이다. 어머니나 자매 중 어느 한쪽이 유방암에 걸렸으면 2~3배, 둘 모두에 유방암이 있으면 8~12배 발병률이 높아진다.
후천적 요인으로는 장기간 호르몬 자극을 받은 사람, 이른 초경을 경험한 사람, 폐경이 늦은 사람, 폐경 후 오랫동안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사람, 과거 조직 검사상 증식성 유방질환으로 진단된 적이 있는 사람,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 30세 이후 첫 출산을 경험한 여성, 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 모든 암에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는 음주와 흡연도 후천적 유방암 요인으로 거론된다.
◆ 목욕탕에서 발견되는 비율도 1~2%에 달해 유방암은 대체로 초기 증상이 없다. 유방암이 생기면 통증이 없지만 유방에 멍울(종괴)이 만져진다.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질 정도가 되면 대부분 1㎝ 이상 자란 상태다.
통증은 없으나 딱딱하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며 잘 움직이지 않는다. 또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방 피부가 두꺼워지고 벌겋게 변할 때도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다.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에서 이상이 느껴지기 때문에 목욕탕에서 때밀이 도우미에 의해 발견돼 병원을 찾는 비율이 약 1~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남선 이화의료원 여성암전문병원장은 "유방조직이 단단해지면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두에서 혈성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 부위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 유방에 염증이 생긴 것처럼 피부가 두꺼워지고 빨갛게 변하거나 귤껍질처럼 거칠어지고 부어오를 때, 정상적이던 유두가 함몰될 때도 유방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멍울이 만져지고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유방암으로 진단되지는 않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20대에서 흔히 발견되는 양성종양은 섬유선종의 일종으로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섬유선종 내에 암세포가 숨어 있을 수 있어 자세한 진단과 더불어 꾸준한 검진이 필요하다.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매우 높아 자가진단과 함께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자가진단은 생리 뒤 5일 전후가 적절하며 둘째ㆍ셋째ㆍ넷째 손가락 첫 마디를 이용해 동전 크기 원을 그리며 빠진 부분이 없도록 유방 전체를 검진한다. 유방 측면과 겨드랑이 부위까지 만져본다. 하지만 자가진단만으로는 암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어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 유방암 수술 후 10년 넘게 꾸준한 관찰 필요 유방암 진단은 유방촬영술, 유방초음파, 세침 생검이나 조직 생검, 유방 조직검사기로 시행한다. 유방촬영술은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유방초음파는 유방촬영술에서 이상이 발견됐거나 유방조직이 치밀할 때 좀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실시한다. 생검은 가느다란 주사침이나 특수한 기계를 이용해 유방의 멍울이나 의심스러운 혹의 세포나 조직을 채취해 암세포인지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통증과 후유증이 거의 없는 맘모톰과 같은 유방 조직검사 장비가 보급돼 더욱 간단하게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다.
유방암 병기는 종양 크기와 림프절 전이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0기에서 4기까지 진단한다.
0기는 비침윤성 유방암으로 상피 안쪽에 똬리를 틀고 있는 암이다. 생존율은 거의 100%다. 1기는 종양 크기가 2㎝ 미만이면서 림프절로 전이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평균 생존율이 98.4%(중앙암등록본부 기준)에 달한다. 2기는 종양 크기가 2~5㎝에 심하지 않은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 또는 림프절 전이는 없지만 종양 크기가 5㎝보다 큰 것을 말한다. 평균 생존율이 91.6%다. 3기는 종양 크기가 5㎝보다 작지만 림프절 전이가 심하거나 종양 크기가 5㎝보다 크고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를 말하며 생존율은 69.7%다. 4기(말기)는 유방암이 뼈와 폐, 간 등과 같은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것으로 생존율이 30.2%로 뚝 떨어진다.
유방암이 의심돼 검사 후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은 열흘 정도 된다. 확진 후 근육만 남기고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전절제술은 수술 후 약 2주, 종양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암세포가 없는 수준으로 부분 절제하는 국소절제술은 1주 동안 입원한다. 이후 개인 상태에 따라 항암제, 방사선, 항호르몬 치료 등을 적용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술받은 여성은 이후 10년 동안 6개월~1년마다 검사를 받으며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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