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신앙 자료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및 신앙의 해 교구장 사목교서

김레지나 2012. 10. 7. 14:17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및 신앙의 해 교구장 사목교서 (요약본)


교회와 신앙

-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영적 쇄신을! -


“희망의 땅, 복음으로!”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교황 성하께서 공표하신 보편교회의 ‘신앙의 해’와 함께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의 역사적인 희년을 개막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희년은 2013년 12월 마지막 주일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교구의 첫 희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은 교구의 지난날을 성찰하는 가운데 신앙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확립할 때입니다.

  저는 이 희년이 우리 교구와 사회에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도약의 전환점이 되길 바라며, ‘수원교구민의 영적 쇄신’의 염원을 담은 이 사목교서를 반포합니다.

 

 


수원교구의 당면한 현실

 

  1963년 10월 7일 바오로 6세 교황성하의 칙서 [최고의 목자] 반포로 설정된 수원교구는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서울대교구에 이어 두 번째 큰 교구로 성장하였습니다. 지금도 우리 교구 교세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복음화 사업을 위해 끊임없이 사목적 연구와 실천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구의 급속한 외적 성장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적지 않은 과제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활기찬 교회의 모습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심각한 신앙의 갈등과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그 문명의 변화로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으며, 교회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현상이 확산되면서 실업과 빈부격차가 극대화되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의 본질적인 내적가치, 곧 정신적, 윤리적, 신앙적 가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경시풍조 등으로 대변되는 ‘죽음의 문화’는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이 밖에 청소년 폭력, 인권 침해, 소통의 부재, 환경파괴 등은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해치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은 결국 삶의 최종 목적과 의미를 외면한 채 하느님과 궁극적 행복에 대한 열망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현주소

 

  이러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은 그리스도인이 신앙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신앙이 종종 삶의 본질적 기준이요 목적이 아니라, 부차적이며 사교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신자로서 해야 하는 몇 가지 의무를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만족하기도 합니다. 편의 위주의 신앙에 젖다 보니, 희생과 봉사를 전제로 하는 참 그리스도인의 삶을 거부하게 됩니다. 시련이 닥치고 어려움이 생기면, 세상의 불의와 부정과 타협하고 신앙을 쉽게 저버립니다. 이러한 ‘신앙 따로, 삶 따로’의 신앙생활은 우리를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3,16) 신앙인으로 전락시켜 버립니다. 그리스도 신앙이 우리 교우들의 삶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우리 교회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의미하며,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미래 사목방향을 전개할 것인가를 묻도록 합니다.

 

 


참 신앙으로 돌아가기 : 신앙 여정의 재발견

 

  우리 교구 공동체가 한 단계 성숙한 교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일체가 되어 영적으로 쇄신되는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가 교회 활동의 외적인 부분에 관심과 노력을 쏟았다면, 이제 교회 신앙 선조들의 열정적인 신앙심을 본받아 초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신앙의 본질에 충실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이 되는 오는 10월 11일부터 2013년 그리스도왕 대축일(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고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야 한다.”는 말씀으로 초대하십니다. 이 권고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다시금 그리스도께로 눈을 돌리고, 신앙의 내적 성숙을 이룰 것을 요청합니다.

  오늘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내적 성숙의 길은 각자가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하여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되찾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앙의 해’를 맞아 보편교회의 제안에 따라 교회의 신앙을 전해주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읽고 연구하며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나아가 인류 구원사가 담겨있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직무를 알고 깨닫는 중요한 도구와 수단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깨달은 신앙 내용의 정수, 곧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의 신비는 신앙생활의 정점인 전례를 포함한 교회의 모든 활동 안에서 더욱 깊이 체험되고 체득되어야 할 것입니다.

 

 


50주년은 영적 쇄신을 위한 첫걸음

 

  저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우리 모두의 ‘영적 쇄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해’로 선포합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가 열의를 다해 추진해 온 여러 사목 정책이 더욱 풍요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와 회개를 통한 신앙의 내적 성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교구에서는 교구민의 실천운동으로서 “잘 섬기겠습니다!” 영성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우리 교구가 전통적으로 굳게 지켜온 3대 신심, 곧 ‘성체·성모·순교자 신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신 말씀으로 창조한 인류를 위해 당신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처럼(성체 신심), 이 절대적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고 믿음으로 고백하며 당신 자신을 하느님 신비에 온전히 맡기며 순종하신 성모님처럼(성모 신심),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자신의 현세적 명예와 지위, 생명을 포기하며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려 했던 순교자처럼(순교자 신심), 그리스도인은 ‘섬김’이라는 가시적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기쁨과 희망을 선포하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따라서 수원교구민은 “잘 섬기겠습니다!” 운동을 삶 안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문화 안에서 신앙을 새롭게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영적 쇄신의 장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영적 쇄신은 우리 교구가 ‘새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 제시한 구체적 사목 방향, 곧 ‘소공동체 활성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가정성화’, ‘사회복음화’에 새로운 활력과 숨결을 불어넣게 될 것입니다.


① 소공동체 영성의 재발견

  현재 우리 교구 각 본당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공동체 모임은 뜨거운 열정으로 활성화되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동안 소공동체 모임이 본당 내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이 모임이 참으로 교회의 살아있는 세포의 역할을 하도록 전력을 쏟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공동체 모임이 교회 구성원으로서 하느님의 한 형제자매임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장, 열렬한 기도와 사랑 실천을 통해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장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소공동체는 자선과 애덕활동이 신앙의 본질인 ‘나눔이요 섬김’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 줄 것입니다.


② 영적 성장의 요람인 가정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는 가정과 부모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신앙생활로부터 멀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부모들이 신앙생활을 멀리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세상의 사조와 시류에 편승하여 자녀를 교육하기 때문에, 신앙교육의 기회가 상실되어 가정과 부모에 의한 신앙의 전수가 큰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리스도교 신자 자녀들은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신앙교육으로부터 제외되고, 세속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될 것이며, 신앙인으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모두 버리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부모들의 사고의식 전환과 영적 쇄신’입니다. 가정은 부모와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는 신앙의 보금자리이고 첫 학교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성화’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과제이며,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가정에서부터 신앙교육을 받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③ 신앙의 내용을 삶의 실천으로 : 사회복음화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이루어지는 신앙의 내적 쇄신은 교회의 본질인 선교와 외적 복음화로 드러납니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세상과 함께 고통과 갈등을 나눌 때 참다운 복음화가 이루어지며 화해와 일치의 성사로서의 교회의 기본적 사명을 확립해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소유물을 거침없이 나누고, 사람의 생명과 생태환경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입니다. 이는 우리가 신앙 안에서 발견한 그리스도인 삶의 기쁨과 희망을 이웃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랑의 나눔과 실천으로 교회는 어둡고 절망적인 사회를 희망 가득한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를 향한 희망찬 발걸음 : “희망의 땅, 복음으로!”

 

  우리 교구는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를 위해 신실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은 그동안 주님께서 우리 교구에 내려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100년을 향해 가는 교구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제시하는 희망의 원년입니다. 모든 이가 주님을 만나는 희년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특히 하느님의 사랑이 모든 이를 사로잡아 감동시키고, 모든 교구민의 영적인 쇄신을 통해 교구의 신앙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준비하면서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준비위원회의 미래정책분과’는 지난 3년간 각 복음화분야별 연구를 거쳐 ‘새 복음화 건의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이 건의안에는 우리 교구가 새 복음화를 향해 시행하고 있는 ‘수원교구 대리구제도 보완지침’을 비롯해 각 분야의 미래정책을 위한 길잡이가 담겨져 있습니다. 저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교구의 미래 복음화를 위해 이 건의안을 시행하도록 승인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구의 모든 신자는 신앙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신앙의 열정을 되찾고자 마련된 이 건의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새롭게 마련된 ‘새 복음화 건의안’이 각 분야에서 구체화될 수 있도록 교구민 모두의 아낌없는 기도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성모님께서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모든 거룩한 주님 사업이 풍성한 기쁨과 희망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전구하여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2년 10월 5일   수원교구장 이 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