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8년 2월 11일, 프랑스 루르드의 강변 동굴에 땔감을 주우러 온 14살의 베르나데트 앞에 ‘이 세상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함께 묵주기도를 올렸습니다. 여덟 번째로 발현했을 때 소녀가 이름을 묻자 여인은 “나는 무염시태(無染始胎:원죄 없이 잉태됨)이다.”라고 대답하심으로서 자신이 성모님임을 밝혀 오랫동안 가톨릭 교리에 있어 논쟁거리였던 성모님만은 원죄로부터 더럽혀지지 않은 본성으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을 통해 잉태되었음을 정의(定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홉 번째 발현일인 2월 25일에는 자신이 가리킨 곳을 파서 그 샘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씻도록 하셨는데, 베르나데트는 정신없이 샘을 파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 죄(罪)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하였습니다. 하느님이 직접 창조하신 ‘인류의 어머니 하와’(창세3,20)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원죄를 지음으로써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왔고 죄는 또한 죽음을 불러들인 것같이”(로마 5,12) 성모님은 원죄 없이 태어나 그리스도를 낳으심으로서 “모든 사람을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있게 하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로마 5,21) 하셨습니다.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원죄 중에 태어났으며 ‘내 속에도사리고 있는 죄’로 인해 ‘죄의 노예’이며 베르나데트가 샘을 파면서 깨달았던 비참하고 ‘슬픈 죄인’인 것입니다.
인류의 어머니인 하와는 뱀(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서 하느님으로부터 금지된 열매를 따 먹습니다. 하와가 원죄를 짓는 과정을 창세기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①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② 과연 먹음직하고 ③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④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아서 ⑤ 그 열매를 따 먹고 ⑥ 같이 사는 남편에게도 따 주었다.”(창세 3,6)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죄는 반드시 이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우선 유혹에 넘어가 그 죄를 응시하는 첫 발견 단계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나서 생각합니다.먹음직스럽다. 화려하다. 향기롭다. 감미롭다. 죄는 본능적인 감각과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 후에는 맹렬한 상상이 일어나고 쾌락에 대한 기대감이 용솟음칩니다. 이 과정을 「준주성범」은 “처음에는 마음에 단순한 생각만 하고, 그다음에는 상상이 일어나고, 쾌락이 생기고, 잇따라 악한 충동(衝動)이 발하고 마침내는 승낙을 하게 된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와가 느낀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다’는 느낌은 악의 논리입니다. 결정적인 악의 정당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나마 유혹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가 있습니다만, 딱 이번 한 번 뿐인데, 인생은 원래 즐기는 거야, 사랑은 불나비야라는 식의 악의 논리는 여지없이 충동적인 만용을 불러일으켜 마침내 열매를 따 먹고 남편에게도 따 줌으로서 악은 습관화(중독)되고 전염되어 온 세상에 만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은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는 것 자체가 그 여인을 범한 것’(마태 5,28 참조)과 같으니 “오른 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눈을 빼어 던져 버려라.”라고 말씀하심으로 죄의 독화살이 초기 단계인 ‘음란한 생각’에 머물러 있을 때 단호히 빼어 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악합니다’(에페 5,16) 주님의 말씀대로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마태 16,4)입니다. 이 악하고 절개 없는 시대에 주님은 “너희는 그저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말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라고 경책하고 계십니다.
악의 논리는 교묘합니다. ‘예’할 수도 있고 ‘아니요’할 수도 있다고 우리를 혼란시키며 ‘예’도 아니고, ‘아니요’도
아닌 애매한 제3의 무엇이라고 설득을 합니다. 제3의 선택은 그 자체가 악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원죄 없이 잉태된 단 한 분인 성모마리아님. 광복절이자 성모승천 축일을 맞은 이때, 제 마음의
동굴에도 샘물 하나를 마련해 주시어 이 불쌍한 죄인의 허물을 씻어주시고, ‘끊임없이 제 발꿈치를 물려하는 간교한 뱀의 머리를 짓밟아’(창세 3,15 참조) 저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소서. - 성경 인용은 공동번역 성서입니다.-
최인호 베드로┃작가 2012년 8월 10일 서울교구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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