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봉모 신부님

<신앙의 인간 요셉>중에서 - 하느님의 섭리는

김레지나 2011. 9. 26. 12:19

<신앙의 인간 요셉 p.122~123>

 

전략

  우리는 여기서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하느님의 섭리인가? 형들이 요셉을 질투하여 노예로 팔아버린 것이 하느님의 섭리인가?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증오심에 불타 무고한 요셉을 성폭행자로 고발해서 감옥에 보낸 것이 하느님의 섭리일까? 아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섭리가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부족한 인간들이 미움과 질투, 분노와 증오 때문에 만들어 낸 비극적 상황일 뿐이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서 하느님이 굳이 책임져야 할 몫이 있다면 인간들의 사악한 행위를 보고도 아무 간섭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셨다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하느님의 침묵은 구원사적 차원의 커다란 전환점을 이루게 하셨다. 스테파노의 죽음으로 복음은 팔레스티나 지방을 넘어 이방지역에 전해질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사도 8,1·4:11,19~21), 원형경기장에서 수많은 순교자들이 목숨을 잃음으로써 복음이 로마제국 전역에 전파되는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또한 한국 순교자들의 죽음은 이 땅에 종교이 자유를 가져왔고 복음화를 위한 전환점이 되었다.

요셉의 재난 앞에서 하느님의 침묵 역시 구원사적 차원에서 위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중략)

 

  ....그러나 요셉의 생애는 불행한 운명에 빠졌던 한 젊은이의 눈물겨운 성공담이 아니다. 그의 생애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대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이 선택한 종 요셉을 통해서 대기근 중에도 온 세상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보살피고,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이집트로 이주시켜 이스라엘이라는 큰 민족이 형성되도록 발판을 마련하신다. 요셉의 재난 앞에서 하느님의 침묵은 구원사적 전환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섭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느님의 섭리는 어떤 비극적 상황에서도 사람과 함께하시며 돌보아 주신다는 것이다. 요셉의 경우를 보자면 하느님의 섭리는 요셉을 이집트에 노예로 팔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노예로 팔려간 요셉을 돌보는 것이요, 요셉을 무고하게 성폭행자로 몰아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감옥에 간 요셉을 돌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