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미련한 처녀들은 등잔은 가지고 있었으나 기름은 준비하지 않았다.
한편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잔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마태오 25,1-13)
말씀의 초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생활은 거룩하게 사는 일이다. 그러려면 먼저 가정에서부터 경건하게 살도록 애써야 한다. 아내를 사랑과 존중으로 대하고, 믿음이 없는 사람처럼 처신해서는 안 된다. 그런 생활은 주님의 마음에 드는 삶이 아니다(제1독서). 지혜로운 처녀들은 기름을 넉넉히 준비했지만, 어리석은 처녀들은 기름이 부족했다. 준비하는 자세가 지혜로움과 어리석음을 판가름한 것이다. 종말도 마찬가지다. 늘 깨어 있는 삶이 구원으로 인도한다. 얼마만큼 준비하며 사는지 돌아봐야 한다(복음).
오늘의 묵상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 남자는 반드시 혼인을 해야 했습니다. 아내를 갖지 않으면 하느님의 축복도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남자는 많은 제약을 받았고, 마침내 공동체에서 소외당했습니다. 그만큼 혼인을 성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혼인은 반드시 랍비가 집전해야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혼인식 전날부터 대부분의 예비 부부는 금식을 했습니다. 혼인을 경건하게 맞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식은 주로 밤에 거행되었기에 신랑 신부에겐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떠꺼머리 총각’이라 해서 낮춰 불렀습니다. 혼인하지 않은 남녀는 머리를 땋아 늘어뜨리고 다녔는데, 그것을 ‘떠꺼머리’라 했던 겁니다. 사대부 집안에서는 혼인하지 않는 것을 수치로 여겼습니다. 그런 이유로, 죽은 처녀, 총각을 맺어 주는 영혼의 혼례식도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의 혼인식을 종말에 비유하십니다. ‘열 처녀’는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입니다. 기름이 넉넉했던 처녀들은 혼인식에 들어갔지만, 기름이 부족했던 처녀들은 아쉽게 돌아서야 했습니다. 기름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기쁨’입니다. 기쁨으로 주님을 섬기는 ‘신앙생활’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만들어 내는 ‘삶의 기쁨’입니다.
방심하는 그 날이 심판의 날
맥시칸의 결혼식과 인도 사람의 결혼식, 그리고 미국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로 문화가 다르지만 복을 빌어주고 헤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며 자녀의 풍요를 누리기를 바라는 기원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신랑신부를 끈으로 묶는 행위라든지 반지를 교환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쌀을 뿌리는 행위를 통해서 복을 기원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의 선언 후 성모님께 꽃을 봉헌하는 모습을 통해 신앙인의 모습을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다인의 결혼 풍습은 약혼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약혼으로 법적인 혼인이 성립되지만 약 1년간은 신부가 친정에 머물러 있고 부부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신랑이 친구들과 함께 신부 집으로 갑니다. 신부 집에서는 신부 친구들이 등불을 밝혀 들고 신랑을 마중합니다. 그리고 신랑 일행이 도착하면 함께 들어가 밤새도록 잔치를 벌입니다. 왠 등불이냐고요? 사막지역은 낮에는 너무 더우니까 밤을 이용하는 거죠. 그렇다면 오늘 비유에 등장하는 처녀들은 신부의 친구들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섯은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였고 다섯은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신랑이 일찍 왔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늦어져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실 등잔에 기름이 없으면 있으나마나 입니다. 따라서 등잔불을 밝히려면 언제나 기름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하루일정을 마감하며 자동차의 주유상태를 확인합니다. 혹 급한 일이 있어도 일정거리를 갈 수 있도록 하기해서 입니다. 간혹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하는 날이면 하필 그날에 일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하루쯤이야! 하고 방심하는 그날이 심판의 날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25,13)
기름을 채운다는 것은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실천에 옮긴다는 말씀입니다. 기름을 준비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7,21)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나라의 천상잔치에 참여하기위해서는 늘 깨어 준비해야 합니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혼인 풍습은 다르지만 그 안에 예식이 의미하는 알맹이가 있듯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 하기위해서는 행동하는 믿음의 알맹이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예기치 않은 시간에 갑자기 오시더라도 더 큰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할 일 없이 보낸 오늘 나의 하루가 어제 죽은 그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한 바로 그 내일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순간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천국에 가면 놀랄 3가지가 있는데 1). 와야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오지 않은 것이고 2). 못 올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이 와 있는 것이며 3). 내가 거기 와 있다는 것입니다.
천국에 가면 남아있는 사람에게 미안한 것도 있는데 1). 이렇게 좋은 곳에 혼자 와 있어서 가족에게 미안하고, 2). 나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서 미안하고 3). 내 힘으로 온 것이 아니라 주님의 보혈, 성인들의 통공과 가족, 이웃들의 희생과 기도로 온 것이기에 미안하답니다. 내 공로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강론 말씀 (가나다순) > 반영억 신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느님을 선택하는 바보 -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0) | 2011.08.30 |
---|---|
할 수 있는 것 먼저 하세요. (0) | 2011.08.28 |
마음과 행동이 일치할 때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0) | 2011.08.28 |
☆★☆ 고해성사의 은총 (0) | 2011.08.28 |
예수님을 위하여 성모님께로 - 성모승천 대축일 (0) | 2011.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