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참으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 최강 신부님

김레지나 2011. 8. 20. 22:45

知者不言, 言者不知

내 옆 방을 쓰고 있는 한 인도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이 곳에 왔을때부터

저 분은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이 커져만 가는 그런 사람이다.

그 신부님은 가톨릭계에서 성서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는 '비불리쿰'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안젤리쿰'에서 성서를 강의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그 신부님에 대해서 가지는 호기심의 가장 큰 이유는 그 분의 학문적 위상보다도 아마 그 분이 항상 유지하고 있는 무거운 침묵 때문일 것이다.

그 신부님은 언제나 말이 없다. 두 달이 넘도록 함께 살면서 그 신부님이 입을 여는 경우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어젯밤, 그 신부님이 처음으로 내 방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씀이  '오늘밤 늦은 시간에 인도에 있는 어떤 신부님하고 통화를 해야 할일이 생겼는데, 혹시 방해가 되더라도 용서해 달라' 는 내용이었다.

어느 누가 그런 무거운 침묵의 소유자의 부탁을 가볍게 들을 수 있겠는가?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드러내기 위해 그야말로 끊임없이 온갖 화려한 말로 자신을 표현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실제의 자신보다 훨씬 더 무게 있고 깊이 있게 스스로를 표현해 주는 것은 오히려 침묵이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참으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로 떠벌이는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노자'의 도덕경 56편에 나오는 말이다.

쏟아지는 말들의 홍수 속에서 차라리 눈을 감고 무거운 침묵 속으로 들어가는게 어떨까?

빌라도가 주님께 물었다. "진리가 무엇인가?"

" ...... "

온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침묵 만이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