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수철 신부님

씨 뿌리는 사람

김레지나 2011. 7. 20. 22:13

2011.7.20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탈출16,1-5.9-15 마태13,1-9

 

 

 

 

 

씨 뿌리는 사람

 

 

 

오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참 심오합니다.

오늘 묵상 주제는 씨 뿌리는 사람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시종여일(始終如一) 한결같은 삶이 인상적입니다.

 

어느 환경이든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평상심(平常心)으로 언제나 제 주어진 일에 충실합니다.

언제나 좋은 땅 같은 환경이나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일생만 봐도 그렇고 형제들의 마음이나 내 마음만 봐도 그렇고

하루의 시간만 봐도 그렇습니다.

 

길바닥 같이 무미건조할 때도 있고 돌 밭 같이 거친 때도 있고

가시덤불 같이 혼란한 때도 있습니다.

이게 살아있는 현실이자 삶의 리듬입니다.

언제나 좋은 땅의 공동체나 환경이나 사람은 환상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는 예수님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삶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환경이나 사람, 자신의 상황을 탓하거나 개의치 않고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충실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좋던 싫던, 기쁘던 슬프던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주어진 삶에 항구할 때 마침내 언젠가 좋은 땅의 수확입니다.

 

환경이나 사람에 나에 좌절하지 않고 항구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하느님에게서 나옵니다.

하느님께 궁극의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둘 때

항구할 수 있는 믿음의 힘, 희망의 힘, 사랑의 힘입니다.

이게 진정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내적 힘입니다.

 

다 잃어버려도 항구할 수 있는 믿음, 희망, 사랑만 있으면 삽니다.

하느님께 궁극의 믿음, 희망, 사랑을 둔 이들은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느님께 맡김으로 현실에 집착하지 않아

초연의 자유를 누립니다.

예수님이 그러했고 사도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이 분들을 통해 환히 들어나는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쉬지 않고

우리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들을 살리시고자 침묵 중에 끊임없이 한결같이 일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항구히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님의 모습이자 바로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을, 예수님을 닮을수록 주어진 사명에 항구합니다.

하느님의 보시는 것도 좋은 땅의 수확의 업적이 아닌 그 삶의 충실성입니다.

 

사람 눈엔 실패가 하느님 눈에 성공이고,

사람 눈에 성공이 하느님 눈에 실패일 수 있습니다.

결과의 양을 보시는 게 아니라 과정의 충실도를 보시는 주님이십니다.

씨 뿌리는 과정에 항구히 충실할 때

내외적으로 놀라운 변화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하느님 은총의 개입이 이루시는 일입니다.

서서히 안팎으로 일어나는 변화에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같은 환경이나 사람도

좋은 땅의 환경이나 사람으로 변모합니다.

 

이게 정말 은총의 기적입니다.

씨 뿌리는 삶에 항구하므로 마침내 주님을 닮아

내 자신이 온통 좋은 땅의 사람으로 변모하는 것,

이게 정말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사실 항구히 씨 뿌리는 사람처럼 환경이나 사람에 개의치 않고

주어진 사명에 충실한 이들은

그 삶 자체가 이웃에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입니다.

 

그 존재 자체로 이웃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고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풍상고초(風霜苦楚) 다 겪어낸 아름드리 푸른 솔 같아

그 모습 자체가 감동입니다.

 

이들을 통해서 한결같으신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탈출기의 모세 역시 예수님처럼 씨 뿌리는 삶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분입니다.

모세의 한결같은 하느님께 대한 충성심이 참 눈물겹습니다.

평생 하느님과 불평불만을 일삼던 백성들의 틈바구니에서

주어진 사명에 충실했던 모세는 그대로 하느님의 좋은 땅 같은 분이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 중 어느 상태에 있는지요.

탈출기의 불평이 떠나지 않았던 이스라엘 백성들

땅으로 말하면 길바닥 같기도 하고 돌 밭 같기도 하고

가시덤불 같기도 합니다.

 

“나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에게 이렇게 일러라.

  ‘너희가 저녁 어스름에는 고기를 먹고,

  아침에는 양식을 배불리 먹을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내가 주 너희 하느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은혜를 몰라 불평이요

길바닥, 돌 밭, 가시덤불 같은 이스라엘 자손들입니다.

당신을 알아갈 때 까지 항구히 인내하시며

당신 백성들을 교육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놀랍습니다.

 

하느님의 은혜를 깨달아 알아 갈수록 끊임없이 샘솟는 감사와 찬미요

좋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땅으로 변모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매일 끊임없이 마음을 다해 바치는 이 거룩한 이 미사 은총으로

우리 모두 좋은 땅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시며

씨 뿌리는 삶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