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7.13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탈출3,1-6.9-12 마태11,25-27
겸손한 이들의 경호원(body-guard)인 하느님
오늘은 ‘겸손’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겸손은 영적성숙의 징표입니다.
잘 익은 영적성숙의 열매가 겸손입니다.
겸손은 지혜이자 자비입니다.
진정 겸손한 이들이 매력적이며 아름답습니다.
간혹 60대 전후의 현역 초등학교 교감이나 교장으로 있는
옛 동료교사들을 만날 때마다의 첫 느낌도 겸손입니다.
‘아, 수도공동생활만 수련이 아니라
직장공동생활도 수련이구나.’ 깨닫습니다.
예모 바르고 성실하고 겸손한 모습에서
윗자리에 오르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갈고 닦인 모습이
흡사 수도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항구한 성실과 겸손이 있었기에 그 윗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음을 봅니다.
하느님은 겸손한 사람을 당신의 도구로 쓰십니다.
어느 정도의 겸손에 이르기 전까지는 결코 도구로 쓰지 않습니다.
오늘 탈출기의 모세의 수련과정이 인상적입니다.
모세의 수련장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이집트인을 살해할 정도의 혈기왕성한 모세에게 결코
사명을 맡길 수 없었습니다.
하여 미디안 광야의 고독과 침묵 속에서 모세의 고달픈 수련이 시작되었고
모세보다 모세를 잘 아시는 하느님은
때가 되자 수련을 끝내고 모세를 부르십니다.
광야수련 중에 정화되어
겸손해진 모세의 내면을 직시한 주님의 부르심입니다.
겸손한 영혼은 깨어있는 영혼입니다.
“모세야, 모세야!”
하느님께서 부르시자, 모
세는 마치 준비라도 되어있듯이 즉시 기분 좋게 대답합니다.
“예, 여기 있습니다.”
모세뿐 아니라 성경의 모든 하느님의 겸손한 사람들,
주님께서 부르실 때는 지체 없이 ‘예, 여기 있습니다.’
대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세는 하느님을 뵙기가 두려워 얼굴을 가립니다.
이 또한 겸손의 표현입니다.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
나는 이집트인들이 그들을 억누르는 모습도 보았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
주님으로부터 엄중한 사명이 주어졌을 때
다음 모세의 답변에서 역시 그의 겸손을 감지합니다.
사실 자신만만한 교만한 이들은 미덥지 않습니다.
“제가 무엇이라고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끌어 내겠습니까?”
겸손의 자질을 갖춘 모세에게
주님은 지체 없이 함께 하시리라는 축복의 약속을 주십니다.
겸손으로 비우면 비울수록 그 자리는 하느님의 권능으로 채워집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마치 경호원(body-guard)처럼
겸손한 이들과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이시며
이 말씀보다 더 큰 위로와 격려도 없을 것입니다.
땅위에서 모세보다 더 겸손한 사람이 없었다합니다.
오늘 복음의 철부지들이 지칭하는바 바로 겸손한 이들이요
예수님과 그 제자들을 뜻하며 우리 믿는 이들의 궁극 목표입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하느님은 아무에게나 속내를 열어 보이지 않습니다.
모세나 예수님 같이 하느님과 가장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겸손하고 온유한 철부지들에게만 자신을 열어 속내를 밝히십니다.
참으로 겸손한 이들만이 하느님의 속내를 가장 깊이 알아챌 수 있습니다.
겸손과 온유로 아버지와 깊이 일치되어 사셨던
철부지 예수님의 환희에 넘친 고백입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모세와 예수님 같이 겸손하고 온유한 철부지들이
진정 행복한 내적부자들입니다.
주님은 이들에게 당신의 속내를 밝히시며
당신의 일을 맡기시며 늘 이들의 경호원이 되어 주십니다.
주님은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에게
당신의 진리를 가르쳐 주시고 우리의 사명을 새롭게 하시어
우리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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