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4일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안심하여라,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마태오 9,18-26)
말씀의 초대
야곱은 하란으로 가는 길에 밤을 지내면서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 하늘에 닿아 있는 층계에서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본다. 하늘에 닿아 있는 꼭대기에서, 하느님께서는 그를 축복하시고 지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야곱은 그곳을 성소로 삼고 ‘베텔’이라 부르는데, 그 이름의 뜻은 ‘하느님의 집’이다(제1독서). 바리사이들에게는 율법만 보이고 예수님께는 가난한 이들과 병든 이들이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회당장의 딸을 일으켜 주시고 혈루증으로 고통 받는 여인을 고쳐 주시며, 바리사이들에게 ‘희생 제물보다 사람들에게 베푸는 자비가 더 크다.’는 율법의 정신을 몸소 보여 주신다(복음).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야이로는 유다교의 회당장입니다. 예배를 주관하고 행정 업무를 책임진 사람입니다. 그러한 그가 체면을 버리고 예수님 앞에 엎드립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였기에 애절하기 짝이 없었을 것입니다.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아마 그는 울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없이 그를 일으키십니다. 그의 겸손과 열정을 보시고 방문을 결심하신 겁니다. 그때의 장면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하혈하는 병에 걸린 여자도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 부끄러운 병으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을 테지.’ 이론이 필요 없는 순간입니다. 믿음만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분의 따뜻함입니다. 그녀는 평생 감사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죽은 소녀를 지키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회당장을 만류했을 것입니다. 이미 끝났는데 무엇 때문에 예수님께 가느냐며 붙잡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났습니다. 끝났다고 믿지 않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끝났다고 체념하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정해줘요
-반영억신부-
어느 한 수도원이 있는 깊은 산속에 한 랍비가 은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수도원의 원장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한창 번성하였던 수도원이 쇠퇴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원장은 수도원을 어떻게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랍비에게 조언을 구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랍비는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런 조언도 드릴게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당신들 가운데 메시아가 있다는 것입니다.”
수도원장은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의 의미를 도무지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다섯 명 밖에 남지 않은 수도원에 “메시아가 있다”는 랍비의 말을 모두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들 중에 메시아가 있다고?’ 다섯 중에 누가 메시아란 말인가? 그 날부터 수도자들은 메시아일지도 모르는 서로를 깊은 존경심과 사랑을 가지고 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이 수도원의 분위기는 전과는 사뭇 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점차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수도원을 찾아와 그 수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였고 수도자가 되겠다고 지원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져 옛날처럼 번창한 수도원이 되었답니다.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그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볼 수 있는 눈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자가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개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하는 생각을 가지고 당신의 옷자락에 손을 댄 것을 아시고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9,22) 하고 이르시며 구원을 허락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능력으로 불치병을 낫게 하셨지만 ‘내가 너를 낫게 하였다.’고 하지 않으시고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하시며 인간의 믿음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주님의 능력의 손길에 협력하면서 ‘내 믿음이 나를 구원 하였다.’고 하지 않고 ‘주님께서 저를 구원해 주셨습니다.’하고 말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결코 인간을 무시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인간의 협력을 간절히 원하시는 분이십니다. 어떤 결과는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협력이라는 합작품입니다.
믿음은 인간의 능력이상을 체험케 합니다. 인간은 끝이라고 생각할 때 하느님께서는 시작하십니다. 사람들은 회당장의 딸이 죽었다고 소란을 피웠지만 예수님께서는 소녀의 손을 잡아 일으키셨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곧 하느님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몰아내시고 슬픔을 기쁨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으십니다. 사실 기적이나 치유는 문제가 있는 곳에서, 절망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주변에는 믿음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그를 비웃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한번 비딱해지면 기적을 보고도 또 비웃을 것이며 쓸데없는 소문을 퍼뜨리게 됩니다.
주님의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이웃 안에 계신 주님을 섬기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가득한 오늘이기를 희망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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