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수철 신부님

"영원한 정주 처(定住 處)"

김레지나 2011. 4. 17. 20:5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4.15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예레20,10-13 요한10,31-42

 

 

 

 

 

"영원한 정주 처(定住 處)"

 

 

 

정처 없는 삶은 아닌지요?

머물 곳에 없어 떠돌아다니는 삶이 바로 정처 없는 삶입니다.

죽어도 돌아갈 곳이 없을 때 참 난감할 것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이 돌아 가 머물 영원한 정주 처는 하느님입니다.

오늘 우리 분도 수도승의 첫째 서원인 ‘정주’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주님은 좋으시다.

  영원하신 그 사랑, 당신의 진실하심 세세에 미치리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들아,

  주님 안에서 구원과 영예를 누리리라.”

 

장소적인 정주보다 더 본질적인 정주가

언제 어디서나 ‘주님 안에서’ 정주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늘 ‘그리스도 안에서’ 정주했고,

사도 요한은 늘 ‘주님 사랑 안에서’ 정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 머물 우리의 본향과도 같은 정주처가 주님입니다.

노후대비를 위해 정주영성의 심화는 중요합니다.

땅 속 깊이 뿌리 내린 아름드리 나무들 진정 정주의 스승입니다.

주님 안에 정주의 뿌리 깊이 내릴 때 안정과 평화이지만,

정주의 뿌리 없이 방황할 때 점증하는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시련과 위기 중에도,

나이 들어 외롭고 쓸쓸한 중에도,

죽음을 직면해서도 주님 안에 정주의 뿌리 튼튼할 때

의연하고 품위 있는 삶입니다.

결코 어떤 시련과 위기 중에도 안에서 무너지지는 일은 없습니다.

 

예언자들이나 성인들의 공통점은

평생 시련이요 휴식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역경 중에도 무너지지 않고 늘 푸르게 살았던 비결은

바로 주님 안에 정주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독서의 예레미야나 복음의 예수님은

사면초가의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습니다만

주님 안에 굳건히 정주의 뿌리 내리고 있는 모습니다.

예레미야의 별명인

마르고 비싸빕(사방에서 공포가!)’을 통해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위태했는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 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

 

힘센 용사 주님 안에 정주한 예레미야이기에

숱한 역경 중에도 안팎의 적에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의로운 이를 시험하시고,

  마음과 속을 꿰뚫어 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는 것을 보게 하소서.”

 

안팎의 온갖 적을 대적하면서

그 짐(스트레스)을 나 혼자 감당하기로 하면 제풀에 무너질 것입니다.

예레미야처럼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

이 모든 근심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 억울함의 짐을 맡기는 것이

바로 믿음이요

이래야 정주생활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 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

 

주님께 의탁함과 더불어

즉시 터져 나오는 예레미야의 하느님 찬양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생활 없으면

정주생활은 불가능합니다.

매일 평생 시간마다

규칙적으로 바치는

우리의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은총이 ‘주님 안에서’ 항구한 정주생활을 가능하게 합니다.

복음의 예수님 역시 사면초가의 위기이지만

‘아버지 안’에 깊이 뿌리 내린 정주의 삶 있어

이 위기를 잘 돌파하고 있음을 봅니다.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분’답게

늘 아버지 안에 정주한 예수님의 삶이셨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을 것이다.”

 

예수님의 일들을 통해 그대로 들어나는 그분의 정주의 영성입니다.

아버지 안에 정주하시고 아버지 또한 예수님 안에 정주하셨으니

정주의 절정이자 완성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 안에 정주가 깊어지면서

주님 또한 우리 안에 정주함으로 주님과의 일치입니다.

정주의 여정은 바로 주님과의 일치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 안에 깊이 정주의 뿌리를 내리게 하십니다.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시옵니다.”(시편18,2-3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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