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수철 신부님

지헤로운 삶

김레지나 2011. 3. 5. 22:5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3.5 연중 제8주간 토요일

집회51,12ㄷ-20ㄴ 마르11,27-33

 

 

 

 

 

"지혜로운 삶"

 

 

 

오늘은 ‘지혜’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사전에서 찾아 봤더니,

‘1.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

  2. 불교에서 미혹을 끊고 부처의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힘’이라

  소개 되어있었습니다.

 

분별의 지혜요 깨달음의 지혜임을, 바로 삶의 지혜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옛 사막교부들이나 어머님들 배움은 짧았지만 삶의 지혜는 깊었습니다.

종파를 초월해 누구나 추구하는 바가 지혜로운 삶입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삶이 고결하고 품위 있고 아름다움 삶입니다.

‘지혜에 대한 사랑’이란 철학(philosophy)의 어원도 의미심장합니다.

철학을 통해 지혜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이른다면

철학 또한 신학과 한 형제라 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두 사례가 생각납니다.

난데없이 집무실에 한 부부가 들어와

신부님 결정에 따르겠으니 판단해 달라는 것입니다.

남편의 내용인즉 자기가 보람 있게 활동하는 모임이 있는데

아내가 극구 반대하니

어느 쪽이 하느님의 뜻인지 모르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일언지하에 대답했습니다.

 

“부인의 의견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여자의 직감은 현실감각은 정확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부부간의 평화와 일치입니다.

  부인의 뜻을 따르십시오.

  부인의 의견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구원의 지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 가까이 있습니다.”

 

고맙게도 그 부부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이어 면담 차들어 온 한 형제의 고백입니다.

 

“올바로 열심히 사니까 하느님께서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즉시 형제의 말에 공감하여 화답했습니다.

 

“맞습니다.

  올바로, 충실히 살 때 계시되는 지혜입니다.

  아니 올바른 삶 자체가 지혜입니다.”

 

그렇습니다.

지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습니다.

눈만 열리면, 귀만 열리면 지금 여기서 지혜를 발견합니다.

이런 지혜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지혜, 이게 지혜에 대한 우리의 정의입니다.

오늘 집회서의 서두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제가 당신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오리다.”

 

끊임없이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찬미와 감사로 하느님을 찬양할 때

선사되는 하느님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찬미와 감사의 삶이 지혜로운 삶의 지름길입니다.

이어 지혜를 추구하라는 간곡한 권고가 무려 13회에 걸쳐 계속되며

특히 다음 구절이 중요합니다.

 

“내 발은 올바른 길을 걸었으며 젊은 시절부터 지혜를 찾아 다녔다.”

 

“내 영혼은 지혜를 찾으려고 애썼고 율법을 엄격하게 실천하였다.”

 

“나는 내 영혼을 지혜 쪽으로 기울였고 순결함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였다.”

 

삶과 직결된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좋은 삶 없이는 지혜도 없습니다.

올바르고 순수한 삼을 삶을 살 때 선사되는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지혜를 찾는 갈망은 그대로 하느님을 찾는 갈망이 되고

이 갈망으로 깨어있을 때 비로소 순수한 마음입니다.

이런 순수한 마음에서 샘솟는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그대로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세상 지혜나 지식으로 하면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을 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이들의 질문이 참으로 교묘합니다.

이래저래 이들의 올무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해보입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또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궁즉통(窮卽通)입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하느님이 주신 지혜임이 분명합니다.

직답을 피하고 물음에 물음으로 역공하는 지혜로운 주님이십니다.

 

“너희에게 한 가지 물을 터이니 대답해 보아라.

  그러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

 

결국 자승자박의 올무가 되어버렸습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 간 적대자들입니다.

궁지에 몰린 적대자들이 ‘모르겠다.’ 라고 대답하자

예수님 역시 지혜롭게 ‘나도 말하지 않겠다.’하며 논쟁을 끝냅니다.

하느님의 지혜가 우리를 세상의 온갖 유혹의 올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합니다.

부자들도 궁색해져 굶주리게 되겠지만

주님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지혜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마음을 다해 당신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지혜를 선사하십니다.

하느님의 지혜 자체이신 주님을 모시는 은혜로운 미사시간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