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3.4 연중 제8주간 금요일
집회44,1.9-13 마르11,11-25
"없는 듯이 살아가는 삶"
오늘은 ‘기도’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우리 분도회의 모토대로
우리의 우선적일은 ‘하느님의 일(Opus Dei)’인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서비스직인 하느님 찬미가 우리의 주업(主業)입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요,
찬미로 하느님을 섬기는 우리들입니다.
집회서의 서두 말씀이 충격으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태어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되었으며
그 뒤를 이은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대부분의 우리 옛 어머니들은, 많은 믿음의 선배들은
이렇게 살다가 떠났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하느님께 희망과 믿음을 두고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가끔 인간의 눈으로 볼 때에 어둡고 힘든 절망적 상황에서도
힘껏 믿음으로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삶은 하느님께 순종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리는 덧없는 사람들 같지만
하느님은 이런 믿음의 사람들을 기억하십니다.
사랑하십니다. 잊지 않으십니다.
다음 말씀처럼 하느님은 어떤 방법으로든 보답해 주십니다.
“그들의 재산은 자손과 함께 머물고
그들의 유산은 후손과 함께 머물리라.”
“그들의 자손은 영원히 존속하고
그들의 영광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기도 없이는, 믿음 없이는
이런 ‘없는 듯이 살아가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앞으로는 기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믿음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그러니 ‘살기위하여’ 기도해야 하고 믿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기도의 교과서인 시편입니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깊은,
우리 일상의 모두를 담아낼 수 있는
시편기도를 내 기도로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시편성무일도는 수도자들의 특권이 아닌 신자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시편 기도를 통해 하느님으로 무장하여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한 삶일 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봐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무너져 내리지 않습니다.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기도하지 않으면
거룩한 성전이 강도의 소굴로 변해 버리는 것은 순간입니다.
강도의 소굴로 변해버린 성전은 얼마나 많은지요.
수도원 성전에서뿐 아니라
본당의 신자들도
성전에서 시편성무일도를 자주 바친다면 참 이상적일 것입니다.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보다 더 좋은 기도는 없기 때문입니다.
강도들의 소굴이 된 성전은 저절로 정화되어
거룩한 기도의 집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어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하면서,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기도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주님을 섬기는 학원’인 믿는 이들의 공동체에서
끊임없이 시편에 우리 모두를 담아 기도로 바치며
주님을 섬기는 방법을 배워갈 때,
더불어 우리의 모든 기도는 응답되고
우리의 믿음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의 성전인 우리를 정화시켜 주시고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도와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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