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성경 묵상

골이 잔뜩 나서 - 김경희 수녀님

김레지나 2009. 9. 7. 12:25

월7일 손을 뻗어라! - 새로운 월요일입니다

2009년9월07일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다른 안식일에

예수님께서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그곳에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 하고

이르셨다. 그가 일어나 서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묻겠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고 나서 그들을 모두 둘러보시고는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그렇게 하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그들은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서로 의논하였다

 

오늘의 묵상

 

새로운 한 주간이 활짝 열렸습니다.

우리가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자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실상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손이 좀 오그라들면 어떻습니다.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참고 살면 그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이 많이 오그라진 채로

살기도 합니다.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신자라는 이유로 말못하고 참고 침묵하지만

사실 마음이 오그라져서

용서하지 못하고

함께 있는 것도 바라보는 것조차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평화로워보이지만

마음은 오그라진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손을 뻗어라" 라고

말씀하시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자유롭고 당당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리하여 다시 성하여진 마음으로

삶속에서 이웃 안에서

성령의 값진 열매를 맺는 하루를 살기를 다짐해봅니다

 

 
 

골이 잔뜩 나서

그들은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서로 의논하였다.

-김경희 수녀-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골이 잔뜩 나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저도 그렇게 골이 잔뜩 나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공소에서 사도직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늦가을, 추수가 한창 때에 같이

있는 수녀님이 휴가를 가시고 혼자 콩타작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만에 끝내려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었는데 해가

질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소 마당에 형광등 불을 켜놓고 혼자

콩타작을 하고 있으려니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수녀 둘이 사는데 농사는

왜 이렇게 많이 해서 고생을 하는 건가?’ 점점 마음은 복잡해지고 잔뜩

 골이 나서 일을 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 일을 아무 지향 없이

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래서 즉시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막대기로 콩대를 칠 때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

한 명씩 도와주세요.” 기도를 하면서 막대기를 내려치자 그 순간부터

탁! 탁! 탁! 막대기 소리가 주님을 찬미하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골이 나 있던 마음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기뻤습니다.
공소사목 3년 동안 주님께서는 저에게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훈련시켜

주셨습니다. 공소에서 살기 전까지는 ‘나’라는 존재가 공동체

안에서 받아들여지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을 때,

그리고 하고 있는 일 속에서 하느님과 교감이 될 때 기뻤습니다.

그런데 공소라는 사도직 현장은 저에게 광야 같았습니다.

어느 여름이었습니다. 초봄에 참깨 농사를 짓기 위해 씨앗

몇 톨씩 심어놓은 참깨가 어느새 제 키만큼 자라서 공소

200평 밭을 생명으로 가득 채워놓았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

육적인 것도 이렇게 축복을 많이 해주시는데 영적인 것은 얼마나

더 풍성히 축복해 주실까 하고 깨달았습니다.

주님의 비밀을 안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래서 그후부터 작은 일

하나하나에 지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설거지할 때도,

마당을 쓸 때도, 빨래를 할 때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향을 가지면서 순간을 성화할 수 있었습니다

 

- 선교사랑방에서 온 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