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사람들이 다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루카 9,43ㄴ-45)
1년 전에 우연한 인연으로 수필가이신 마리아자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위암수술을 받고 얼마되지 않아서였는데, 그 분과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분이 고통 중에 만난 하느님을 이야기하실 때, 제 가슴도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아, 하느님께서 정말 예뻐하시겠다. 참 맑고 고우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최근에 골수암 진단을 받으시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그분은 주님 안에서, 주님의 위로로 당신 고통을 받아들이고 계십니다.
제가 그 분에 대한 기도를 몇 분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이 얼마나 맑고 고우신데요. 하느님께 정말 사랑받는 피조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었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분의 반응은 "그런데 왜 그래?"입니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예뻐하실만큼 신앙심 깊고 고운 분이라면서 왜 또 암에 걸리게 되었느냐는 반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실 때,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조차 두려워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잃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제자들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아직은 제자들이 부활을 체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렵기만 했을 것입니다.
저는 제자들의 반응을 "그런데 왜 그래?"라도 묻던 분들에게서 다시 봅니다. 사람들은 편안할 때는 세상에서 잘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안도합니다. 그대로 무난하게 한 평생을 살다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다 고통이 닥치면 억울해하고 하느님을 원망합니다. 그들에게는 하느님의 뜻을 발견할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그 뜻이 감추어져있어서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 고통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고자 하는 영혼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감추어져있습니다. 아니, 하느님께서는 알려주시고자 하여도, 우리 스스로가 두려워하면서 애써 하느님의 뜻을 감추어 두고 알아보려 애쓰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라고 자처하는 신앙인들도 '묻는 것조차 두려워하기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뜻을 알려주실 영혼이 적음에 슬퍼하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을 올바로 알고 올바로 전하는 사명을 가진 저희 신앙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 저희들 마음에서 주님의 뜻을 묻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주소서. 그리하여 어떤 역경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살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그 때에야 주님의 평화가 저희 마음 속에 온전히 깃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겪은 고통들이 저희 영혼을 장식하는 진주가 될 수 있으려면 고통을 당신의 섭리와 사랑으로 받아들여야함을 압니다. 저희가 겪는 모든 것들을 사랑과 정의로 보상해주시는 주님께 의탁합니다. 저희 마음 속에 아직은 대부분 감추어져 있는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펴나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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