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지침과 해설
주교회의 2017년 춘계 정기총회 승인
머리말
의학의 지식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여러 가지 치료와 시술이 가능해졌습니다. 새롭게 개발된 치료법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료적 혜택을 제공해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의료행위를 언제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를 적절히 판단해야 할 과제도 안겨주고 있습니다. 특히 생의 말기에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실시할 것인지에 관하여 적절히 판단을 내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2016년 2월에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은 이 문제에 대하여 국민이 미리 의향을 표명하도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제도를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한국 천주교회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몇 가지 지침과 해설을 드리고자 합니다.
베드로 씨(55세)는 특별히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여, 그는 연명의료에 대한 자신의 의향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기록하기로 하였다. 그는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베드로 씨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맞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
I. 인간 생명의 존귀함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 무엇보다 기억할 것은, 우리의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존귀하다는 점입니다.
“인간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아무도 죽기를 바라지 않고 생명을 얻어 살기를 바라십니다(에제 33,11 참조). 따라서 우리가 삶을 포기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다른 사람을 죽게 하는 일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입니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및 생명운동본부, 제3회 생명주일 담화문 「인간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존귀합니다」, 2013)
인간의 삶에는 결코 무의미한 삶이란 없습니다. 특히 생의 말기에, 능동적인 활동을 할 수 없고 주변의 도움과 돌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의 삶은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에 관한 진리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복음입니다. 또한 이것은 우리의 신념이고, 우리의 실천을 통해 실현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삶이 마지막까지 존귀하다는 우리의 신념을 실천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이 문서를 작성해야 할 것입니다.
II. 고통의 의미
우리는 누구나 생의 말기를 고통 없이 지내다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생의 말기에 각종 통증과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고통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통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생의 말기에 삶의 의미마저 상실하고 자살이나 안락사의 유혹을 받기도 합니다.
고통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시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기꺼이 움직이시지만, 동시에 당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들이십니다. 그분의 고통은 구원과 생명으로 가는 길이며, 우리에게도 당신을 따라 구원과 생명으로 나아가도록 각자의 십자가를 지라고 초대하십니다.(마태 16,24 참조) 그러므로 우리가 겪는 고통 역시도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 가는 구원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형제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노력해야 하는 동시에, 고통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통 중에 있는 당사자이든, 그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든, 통증완화와 고통의 나눔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 동시에 마지막 삶의 고통에 의미가 있음을 기억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봉헌할 수 있어야 합니다.
III.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 거부
‘안락사’나 ‘존엄사’가 말 그대로 안락하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뜻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많이 다릅니다.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안락사는 “모든 고통을 제거할 목적으로 그 본성에서나 의도에서 죽음을 일으키는 작위 또는 부작위”(「생명의 복음」, 65항)입니다. 즉 환자를 죽도록 하는 모든 경우를 안락사라고 말합니다. 여기서는 보통 이야기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의 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것이든, 소극적인 것이든, 환자를 죽도록 하는 모든 것은 안락사이며, 이름은 ‘안락사’이지만 내용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살해입니다. 환자 본인이 의료진에게 안락사를 요청하고 의사가 그것을 실행하는 ‘의사조력자살’ 역시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존엄사’의 경우도 명칭과는 달리 환자를 죽게 만드는 내용을 종종 내포하고 있어 문제가 됩니다. 그런 경우 사실상 안락사와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존엄사’라는 말은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IV. 균형적 의료행위 의무
그렇다면 생의 말기에 실행하거나 실행하지 않을 의료행위를 어떻게 구별할까요? 그 구별법은 ‘균형적 의료행위’와 ‘불균형적 의료행위’입니다. ‘균형적 의료행위’란,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환자에게 도움이 되며 과도한 부담이나 부작용을 동반하지 않는 적절한 의료행위를 가리킵니다. 반대로 치료의 혜택에 비해 환자에게 끼치는 부담이나 부작용은 과도하게 큰 경우를 ‘불균형적 의료행위’라고 말합니다. 즉, 어떤 의료적 처치나 시술이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 균형적이라고 판단되는 것은 실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대로 불균형적 의료행위를 실행할 의무는 없으며, 중대한 이유가 있다면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이 실제로 균형적인 의료행위가 될지, 불균형적인 것이 될지를 미리 예측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이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이러한 의료행위가 실제 상황에서 균형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실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균형적이라고 판단될 때에는 그 실행을 거부 또는 유보할 수 있습니다.
V. 영양-수분 공급 유지
영양과 수분의 공급은 의료행위도 연명의료도 아닌, 통상적인 간호이자 인간적인 삶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돌봄입니다. 그래서 영양-수분 공급은 임의적인 선택사항이 될 수 없으며,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할 의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여러 가지이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즉 관을 통한 음식물 공급, 정맥 주사를 통한 공급 등 그 방법과 양은, 환자의 상태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커다란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영양-수분 공급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부당한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VI. 전인적 돌봄을 위한 호스피스·완화돌봄 권장
생의 말기를 지내는 모든 환자는 전인적인 돌봄을 필요로 합니다. 호스피스·완화돌봄은 생명존중과 전인적 돌봄이라는 정신을 실천하여, 환자가 마지막 생을 잘 지내시도록 돌봐드리는 좋은 활동입니다. 그러므로 호스피스·완화돌봄은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마지막 시기를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 호스피스·완화돌봄을 받겠다는 의향을 표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VII. 화해의 성사
생을 마감하고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는, 오랜 기간 신앙생활에서 멀어져 있었더라도, 고해사제를 만나 화해의 성사와 병자성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통회하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우리를 당신의 품으로 받아주실 것입니다.
VIII. 실제적인 판단 방법
실제 상황에서 어떤 연명의료를 실행할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환자의 실제 상태를 고려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는 그 실제 상태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실제 상황에서는 담당의사와 환자 본인, 혹은 환자가 의사표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담당의사와 가족이 협의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참고 자료로 사용될 것이지만, 최종적 판단은 언제나 담당의사와 대화를 통해 내려야 합니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지기 전에, 담당의사에게 미리 면담을 요청하고, 향후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연명의료 실행에 대한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판단을 담당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로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IX.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지침
1.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위에서 설명한 가톨릭교회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문서를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2.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는 환자의 실제 상태를 고려할 수 없으므로, 이 문서는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의향을 표명하는 것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3. 이 문서를 작성하였더라도, 질환의 말기에 다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담당의사에게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연명의료계획서’가 작성되면, 이것이 이전에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대신할 것입니다.
4. 만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상황이 되지 않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만으로 연명의료의 시행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 담당의사와 가족이 면담하여 이 문서에 기록된 바를 의학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실시 여부에 대한 협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지침의 요약
□ 모든 사람의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존귀합니다. 우리는 “죽음이 가까울 때, 그리고 죽는 순간에 생명을 기리고 찬양해야 합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 우리는 자신의 상태에 비추어 적절한 의료적 처치와 전인적인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그러므로 이 문서는 죽음을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실행하거나 실행하지 않을 의료행위를 판단할 때 의료진이 고려할 환자의 의향을 명시하려는 것입니다.
□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균형적 의료행위’와 ‘불균형적 의료행위’의 구별입니다. ‘균형적 의료행위’란,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과도한 부담과 부작용을 동반하지 않는 적절한 의료행위를 가리킵니다. 반대로 ‘불균형적 의료행위’란, 환자에게 효과는 미미하지만, 환자에게 끼치는 부담이나 부작용은 과도하게 큰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처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담당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환자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상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 어떤 의료적 처치나 시술이 균형적이라고 판단되었다면, 그것을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대로 불균형적이라고 판단된다면, 그 실행을 거부하거나 유보할 수 있습니다.
□ 반면에 영양과 수분 공급(관을 이용한 공급과 정맥주사 포함), 산소의 단순 공급, 체온 유지, 욕창 예방, 위생관리, 통증 조절 등의 기본적 돌봄은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계속 시행되어야 합니다.
□ 호스피스·완화돌봄은 환자가 생의 말기를 평온하고 품위있게 지내도록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말기환자는 호스피스·완화돌봄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 이 문서를 작성할 때에는 환자의 실제 상태가 고려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문서의 작성자는 상태가 위중해지기 전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담당의사에게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 ‘연명의료계획서’가 작성되면, 이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대신할 것입니다.
□ 만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없어, 이 문서만으로 연명의료의 시행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 담당의사와 가족이 면담하여 이 문서에 기록된 바를 의학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실시 여부에 대한 협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교육용)
※ 본 문서는 가톨릭 신자를 위한 교육용으로 마련된 양식으로서, 법적인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
본인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임종과정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자발적 의향을 표명합니다.
Ⅰ.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 본인은 현행법에 의거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대상이 될 경우, 이를 희망합니다.
Ⅱ. 연명의료에 관한 결정
◎ 본인은 현행법에서 규정한 절차와 방식에 의해,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료행위가 본인에게 불균형적이라는 의학적 판단이 있을 경우, 이를 실시하지 않는 데에 (동의·거부) 합니다.
◎ 반면에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 체온 유지, 욕창 예방, 위생 관리 등의 기본적 돌봄은 마지막까지 실시해야 합니다.
◎ 본인은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초래하는 의도적 행위는 모두 배제합니다.
Ⅲ. 병자성사
본인은 가톨릭 사제의 병자성사를 희망합니다.
IV. 추가로 바라는 사항을 적어주세요
V. 서명·기명날인
□ 작성자 본인
본인은 이 문서 작성에 필요한 모든 사항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고,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 문서에 서명합니다.
성 명 : (서명·날인) |
세 례 명 : |
생년월일 : 년 월 일 |
주 소 : |
연 락 처 : |
작성일시 : 년 월 일 시 분 |
□ 사전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의 담당자
본인은 이 문서 작성에 필요한 모든 사항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작성자가 이해하였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성 명 : (서명·날인) |
생년월일 : 년 월 일 |
소속기관 : 직위: |
연 락 처 : |
□ 입회인
본인은 이 문서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설명되었고, 작성자가 이를 이해하였으며, 작성자 본인이 자발적 의사로 이 문서에 서명했음을 확인합니다.
성 명 : (서명·날인) |
생년월일 : 년 월 일 |
주 소 : |
연 락 처 : |
작성자와의 관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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