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엔 43년간 푸른눈 두 천사가 있었다
김희윤 입력 2017.03.06 09:28 댓글 0개
43년이란 긴 시간동안 아무 연고도 없는 대한민국 남쪽 소록도에서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한센병 환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살피며 사랑을 실천한 두 여인이 있었다.
그녀들은 파견기간을 다 마친 후에도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소록도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는데 매진했고, 자신의 몸이 더 이상 환자를 돌보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편지 한 통만 남긴 채 소리 없이 섬을 떠나 사라졌다.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43년이란 긴 시간동안 아무 연고도 없는 대한민국 남쪽 소록도에서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한센병 환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살피며 사랑을 실천한 두 여인이 있었다. 그녀들은 파견기간을 다 마친 후에도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소록도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는데 매진했고, 자신의 몸이 더 이상 환자를 돌보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편지 한 통만 남긴 채 소리 없이 섬을 떠나 사라졌다. 푸른 눈의 두 여인이 평생을 바쳐 낯선 이국땅의 외딴섬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본 까닭은 무엇일까?
기숙사 룸메이트에서 소록도의 천사들로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와 마가렛 피사렉 수녀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출신으로 간호대학 재학 당시 기숙사 룸메이트로 인연을 맺었다.
가톨릭 그리스도왕국시녀회 소속으로 수녀가 되길 서원했던 마리안느는 이국의 낯선 땅에 봉사를 자원하면서 운명처럼 소록도에 당도했고, 마스크와 장갑으로 무장한 채 상처 부위를 만지기조차 꺼려했던 당시 의료진들과 달리 직접 한센병 환자의 환부를 맨손으로 소독하고 고름을 직접 제거해 줄만큼 헌신적인 자세로 환자에게 임했다.
4년 뒤엔 룸메이트였던 마가렛 수녀 또한 소록도로 오게 되면서 두 여인은 한센병 환자 치료에 전력을 다해나갔다. 인도에서 개최된 한센병 관리교육연수를 다녀오는가 하면 고국 오스트리아 가톨릭 단체에 끊임없는 지원요청을 보내 후원금을 모으고 약품지원을 받아 소록도에 영아원, 결핵병원 등을 세웠다.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떠난 두 여인
두 사람은 그 후로 40년간 무보수로 봉사에 매달렸다. 자신들의 노후를 염려한 주변의 지원과 후원도 일절 거절하며 더 이상 봉사하기 어려울 만큼 건강이 악화되자 홀연히 소록도를 떠나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가 최저 기본연금으로 생활하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공식적인 파견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원봉사자로 남아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결 같은 사랑으로 한센인들을 보살핀 이들의 감동적인 사연은 그들이 떠난 후에야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다가옴에 따라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과거 오해와 편견으로 사회와 이웃, 가족들에게조차 외면당했던 한센병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본 이들이 푸른 눈의 이방인이었단 사실은 오늘까지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남긴다.
소록도 100주년을 맞은 올해,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온전히 봉사에 매진한 43년의 삶을 재조명 하는 다큐멘터리 개봉 및 다양한 기념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이들이 소록도에 머물며 지낸 사택엔 그녀들이 매일같이 보고 가슴에 새겼던 문장이 고스란히 남아 전해진다.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어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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