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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60만명, 식이섬유 과다 섭취로 성장 '빨간불'

김레지나 2016. 4.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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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60만명, 식이섬유 과다 섭취로 성장 '빨간불'

과일·꿀·설탕 위험한 '음식궁합'…50대 이상도 3명 중 1명꼴 설사·복부 팽만 부작용 발생…두살 미만 이유식만으로 충분

뉴스1 제공 |입력 : 2016.03.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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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식이섬유 먹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아이들./© News1
식이섬유 먹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아이들./© News1

우리나라 어린이 60만명 정도가 식이섬유를 과도하게 먹어 키가 덜 크는 '성장 장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섬유는 채소와 과일,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는 섬유질이나 셀룰로스로 알려진 성분이다. 사람 소화효소로 소화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 고분자 탄수화물이다.

식이섬유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칼슘의 체내 흡수가 줄어들어 키가 덜 자라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식이섬유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문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발표한 '2015년 한국인의 영양소 섭취 기준' 자료를 분석하는 형태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국내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의 3.7~8.6%(60만여명)가 식이섬유를 과도하게 섭취했다.

문 교수는 "한참 자라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식이섬유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칼슘의 체내 흡수가 줄어든다"며 "키가 덜 자라는 성장 장애와 설사, 복부 팽만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지부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이섬유 충분섭취량 이상 섭취율은 50~64세가 37.8%로 가장 높았다. 이어 65~74세 33.5%, 75세 이상 노인 31%, 30~40대 21%, 20대 10.8%, 15~18세 8.6%, 1~2세 6.5%, 12~14세 6.1%, 9~11세 5.5%, 6~8세 4.6%, 3~5세 3.7% 순이었다.

충분섭취량은 '더는 먹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그 이상을 섭취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권장섭취량과 뜻이 다르다.

문 교수는 "2세 미만 영유아는 일반 이유식과 식사 만으로 충분히 식이섬유를 흡수할 수 있다"며 "성인도 세 끼를 잘 먹으면 식이섬유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식이섬유를 과다 섭취하면 가스 생성, 복통, 설사 유발, 비타민·미네랄·단백질의 체내 흡수율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문 교수는 배숙을 먹은 뒤 설사를 시작해 체중이 10㎏에서 8.1㎏으로 19% 줄어든 생후 13개월 여자아이 사례를 들었다.

문 교수는 "과일과 꿀·설탕이 포함된 음식은 영유아에게 위험한 조합"이라며 "과민성 장증후군이 있는 아이는 가급적 적게 섭취하는 것이 이로운 포드맵 식품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전체 소아과 환자 10% 정도를 차지하며 주로 복부 통증 형태로 나타난다.

포드맵(FODMAP)은 몸속에서 음식물을 소화·흡수하고 배설을 담당하는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특정 당 성분 집합이다. 발효가 가능한 올리고당과 이당류, 단당류 등을 가리킨다.

설탕은 대표적인 이당류이고, 과일·꿀 과당은 단당류을 일컫는다. 사과와 배, 수박, 마늘, 양파, 양배추 등은 일반인에겐 웰빙 식품이지만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게는 적게 먹어야 하는 식품인 셈이다.

최근 의료학계에서는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게 포드맵 식품을 덜먹도록 권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하정철 박사는 "식이섬유 제품 라벨에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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