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6년

우물쭈물하다가 허둥지둥 떠날 수는 없지.^^

김레지나 2016. 1. 10. 22:17

암선고 10주년 기념일이라고 자축하는 마음이 쪼매 있었는데,

어제 저녁부터 오른쪽 가슴에 통증이 있었다.

이주일 전부터 자고 일어날 때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악 소리 날만큼 아파서 깨고

아직 그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고,

복부팽만 때문에 숨을 깊이 들이쉬지 못하고 답답한 느낌으로 몇 년째 고생 중이고

가끔 찌르는 듯한 통증이 무릎이고 등이고 여러 군데 돌아다니고

왼쪽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이 있기는 했다.

근데, 오른쪽 가슴에 간헐적인 통증이 계속되는 건 처음이었다.

폐전이 된 쪽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건가?

이런저런 상상하는 게 겁나서 애써 잠들었는데,

한밤 중에 일어나 또 통증.. 몇 시간을 깨어 있었다.

의사선생님 말씀도 생각났다.

"지금 항암을 하더라도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생명 연장을 위해서 하게 되는 겁니다."

"예전같으면 폐전이된 경우에 이 년 살면 많이 살았다 했었는데.. 요즘은 항암약이 좋아져서 오래 사는 사람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대로 내리막길이 시작되면 가는 거구나.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들처럼... 갑자기 악화되면 짧으면 이 주일, 길 면 세 달...

그럼 뭘 먼저 해야 하나.

전대사를 먼저 받고, 이런저런 부탁하는 말을 가족들에게 해놓고

글도 마무리 해야 하는데...

어휴.. 시간 엄청 걸리는데, 클났다.

이게 전이로 인한 통증이면 정말 안 되는데...

그래 십 년이면 제법 잘 버텼다.

갑자기 오라고 하시면 가는 수밖에 없는 걸.

지금까지 받은 은총만도 어마어마하지.

"아빠, 근데 지금은 아니어요. 통증이 십 주년 기념 선물인가요? 헐~"

마무리할 일이 많은데 어쩌나, 적어도 삼 개월은 더 있어야 하는데,

울 가족들과의 소통도 제대로 못하고 지냈는데,

일 년만 더, 둘째 고3 마칠 때까지만이라도 살 수는 없을까.

내일도 종일 아프면 병원 가봐야겠구나.

심장 오데가 막혔나? 그냥 병원 가지 말고 버텨볼까?

"아빠. 이제는 시간 허투루 쓰지 않을게요.

 사람들은 하기 쉬운 말로

 세상 떠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살 수 있다고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운동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잔소리에 열을 내지만

 그들 말대로 계속 살 수 있을 사람처럼 지내면 안 되는 거 알아요.

 우물쭈물하다가 허둥지둥 떠날 수는 없어요.

  제게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

  지금 좀 애매한 시기이거든요."

 

자다 일어나서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자비의 기도를 바쳤다.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뒤척이며 느꼈던 가슴 통증이 사라졌다.

주일 미사에 가서는 아픈 사람 답게 내내 앉아있었다. 최대한 몸을 아껴야 해서리..^^

붓고 터진 다리가 아직도 붉은 빛이 안 가셨기 때문에, 가만히 오래 서 있는 건 너무 힘들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단 일 분도,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을...

하루하루 하느님의 은총을 만끽하며,,,

일의 우선 순위를 잘 따져서 인생 마무리 작업을 서둘러 마쳐야겠다. 

우물쭈물하다가 허둥지둥 떠나면 안 된다.

"하느님, 오늘 하루 또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