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우린 영신수련 구조로 치면 둘째 주간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는 주로 예수님의 공생애를 살펴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둘째 주간에선 예수님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는 가운데 예수님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알아듣고 내 것으로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마음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습니다. 에고 차원의 마음과 성령 차원의 마음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도 짚었더랬습니다. 함에도 어쩌면 이런 작업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 쉬 이해하기도 어렵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하기엔 더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둘째 주간을 통해 우리가 해 나갈 작업이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바로 예수님이라는 살아 있는 예를 통해 성령 차원의 마음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제대로 알아듣고 내 것으로 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예수님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는 에고 차원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작업을 통해 각자 자기 자신의 마음의 모습 내지 움직임도 더 잘 보게 되고 변화시켜 나가는 일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예수님이 사람들을 만나시고 말씀을 통해 가르치시고 여러 가지 기적들을 행하시는 구체적인 복음 사건들을 눈여겨봐 나가야 합니다. 기도를 통해, 특히 복음 관상 기도를 통해 예수님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체험을 해 나가는 가운데 예수님에 대한 앎이 깊어지고 나아가 자신을 예수님 닮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을 알고 예수님을 닮아 가는 가운데 참된 기쁨과 평화와 생명을 누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구원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아는 것이 신학적 지식이나 교리적 가르침 수준에 머물러선 안됩니다. 머리로만 아는 예수님이 아니라, 내 온몸으로 직접 만나 내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며 느끼는 가운데 알아듣는 예수님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만나는 가운데 무엇보다 예수님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 가야만 합니다.
예수님의 생각이나 마음을 어떻게 한두 마디 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뱉으시는 말씀이나 베푸시는 행동들은 바로 예수님 당신 자신의 깊은 체험의 산물들이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의 체험을, 마음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예수님의 마음을 내 것으로 하여 내 자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이적들 안에는 아버지 하느님에 대한 이해, 당신 자신에 대한 이해, 인간들에 대한 이해, 이 사회에 대한 이해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예수님이 병자를 바라보시는 그 눈길 안에 이 모든 것들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응축되어 있는 그것을 우리가 알아들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예수님을 조금은 알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앎을 통해 자신을 조금이나마 변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앎은 그 깊이에 있어 가히 깨달음의 수준에 이릅니다. 깊은 깨달음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자신과 우리 삶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런 깨달음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그 깨달음에 대해 목말라하며 간절히 청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때문에 우린 복음서를 가지고 기도를 해도 그저 일상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의 이해와 느낌에 만족하며 머물러선 안됩니다.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우리 존재의 변화와 삶의 변화는 안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롭고 지루한 의미 없는 평생을 살아갈 것이 아니라, 늘 새로움과 놀라움의 창조에 차고 기쁨과 생명이 출렁이고 평화가 넘실대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예수님 마음에 대한 깨달음이 깊어질 때 가능해질 것입니다.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12) 예수님 마음
발행일 : 2015-03-22 [제2936호, 17면]
유시찬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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