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별난 신앙체험

주님을 뵌 후의 작은 변화들 / 유희석_서울 명동 주교좌 본당 신자

김레지나 2015. 5. 17. 19:07

주님을 뵌 후의 작은 변화들

 

유희석_서울 명동 주교좌 본당 신자

 

저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2004년 늦여름 밤이었습니다. 당시 다니던 의대를 그만둘 마음으로 서서히 준비를 하면서 제 신앙과 삶은 과도기를 맞이했습니다. 제 가족은 오래전에 영세를 했지만 형식적으로 간신히 미사만 참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주일은 지켰지만 모든 걸 물질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진 분들이었습니다. 영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그 필요성도 못 느끼셨으며, 영적 냉담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부모님 때문에 저는 몹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만약 2004년에 예수님을 만나 뵈면서 그분을 확실하게 믿지 않았다면 제 인생의 행로가 어디로 이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2004년 당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가 학업하기에는 몹시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제게 도움이 되어 주시기보다는, 당신들 권위를 세우기에 급급하셨습니다.

 

저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지속적으로 기도회에 참석하며 영성을 쌓아 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기도회에서 만난 한 수녀님의 집중 기도를 받고서 꿈을 꾸었습니다.

2004년 늦여름 밤, 제 꿈에 온 가족이 흰색 천사 옷을 입고 흰색 밴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집 차는 승용차였는데 밴이 나와서 꿈인 줄 알았습니다. 한 가지 더 꿈이라는 증거는 그 차를 제가 운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제 부친은 가부장적인 성격이라 제게 절대로 핸들을 맡기지 않으셨는데 제가 운전하고 있었으니까요.

얼마쯤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길 저 앞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서 계셨습니다. 수염과 눈동자와 머리카락도 갈색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흰색 천사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진실로 고백하는데, 참으로 실제 사람이었으며 성화에서 본 그이미지와 똑같이 아름다운 바로 그분이셨습니다. 저는 너무나 놀라서 바로 차를 세우고 곧바로 예수님께서 계신 곳으로 혼자 뛰어갔습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이 내게 나타나시다니!“ 너무나 놀랍고 신비했으며, 황송하고 황홀하였습니다. 제가 경이로워 어쩔 줄 모르자 예수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시며 거룩한 손을 뻗으셨습니다. 그러고는 제 왼팔 어깨 쪽 삼두근 부분을 힘 있게 꽉 지셨습니다. 그러자 팔에 따뜻한 체온이 깊이 전해 오면서 강한 힘이 전해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예수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에 급히 말을 걸어 보았지만, 예수님은 그저 미소만 짓고 계셨습니다. 그 이후의 장면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왼팔을 따뜻하고 강하게 쥐어 주신 예수님의 촉감이 잠에서 깬 순간부터 그 뒤의 모든 시간 제게 남아있습니다.

꿈속에서 예수님을 뵌 그 당시에는 제게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 후 저는 의대를 그만두고 2008년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홀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잡아 주신 왼팔을 저도 모르게 조금씩 사용하게 되더니, 오른손잡이였던 제가 지금은 완전한 왼손잡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변화는 제 신앙이 완전하게 확립된 것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추구하며 찾던 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진리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이런 절대적인 진리관이 생기자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외국어에 관심을 갖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 결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 역시 예수님을 뵌 후 생긴 기적입니다.

이후에 시민운동도 하고, 천안함 정보 공개 행정 소송에서 ‘참여 연대’를 도와 원고단의 대표가 되었고, 번역가 역할도 하였습니다. 의학도로서는 못해 볼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가톨릭 신자로서 명동 주교좌 본당에서 명동 대성당과 천주교를 안내하는 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들은 제 인생 관점을 바꾸는 분기점이 되었고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삶을 이끌어 주시는 성부님, 성자님, 성령님, 그리고 어머니 마리아님, 모든 성인 성녀님과 모든 천사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부족한 저를 맡기오니 부디 영원히 함께해 주소서. 사랑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시여, 진리이자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님이시여! 당신만을 온전히 섬기며 비오니 부디 “잘하였다. 신실한 나의 종아”라는 말씀을 제가 들을 수 있도록 당신 뜻에 따라 잘 살게 도와주소서, 주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