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속 신부님이 교통사고가 나셨다고 기도해달라는 부탁이 카톡메시지로 여러 차례 전해졌다.
지금은 다행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마음 치유에 ‘진심’ 만한 명약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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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석 신부가 1월 30일 대장암을 앓고 있는 환자를 방문해 병이 완쾌되기를 기도해주고 있다. 김유리 기자 |
지난해 5월. 혈액암으로 경기도 의정부 성모병원에 입원한 마킨씨는 하루아침에 아내를 잃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필리핀에서 함께 온 아내는 타지에서 남편이 병까지 걸리자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킨씨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이 슬픔과 괴로움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도 몰랐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한국말로 의사 표현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그를 찾아온 사람이 의정부 성모병원 영성부장 박재석 신부다.
“마킨씨를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해보았어요. 가톨릭 신자인 마킨씨가 고해성사를 받으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죠.”
한국어로 성사를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킨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모국어로 성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박 신부는 필리핀의 공용어인 영어로 성사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익숙지 않은 영어였지만 고해성사 예식서 영문판을 구해 따로 연습도 했다.
박 신부에게 성사를 받으면서 마킨 씨는 내내 울먹였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1월 30일 만난 박재석 신부는 “상대방이 쓰고 있는 언어를 나도 같이 사용하면 그 사람과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사람에게는 영어를, 청각장애인에게는 수화를 하면서 환자의 마음을 여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박 신부를 만난 환자들은 “신부님에게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박 신부는 아픈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며 주님의 사랑을 전한다. 1월 10일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로 의정부 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최진원(아가타, 47, 의정부주교좌본당)씨는 “누워 있는 저를 보자마자 ‘얼마나 놀랐느냐’며 손을 잡아주시는 신부님의 모습에 무척 감동 받았다”면서 “그 자리에서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면서 오랜 냉담을 풀었다”고 회고했다. 눈물을 흘리는 최씨의 손을 잡고 박 신부는 함께 울었다. 최씨는 “내 상황을 이렇게 이해해주고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았다”며 박 신부가 마치 천사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박 신부는 주말도 없이 병원에서 ‘요청’이 올 때면 언제든 달려와 병자성사를 준다. 사제가 늦게 도착해 병사성사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외출도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만 한다.
박 신부는 자신을 통해 아픈 사람들이 치유를 받고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그는 “육체적 병은 결국 마음의 상처에서 오는 것”이라며 “몸이 아파 병원에 온 이들이 마음의 병까지 고쳐 나가는 것을 보는 게 저의 행복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병자의 날 담화에서 “마음의 지혜는 형제자매와 함께하는 것”이라며 “아픈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거룩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환자들과 함께 ‘거룩한 시간’을 보내는 이가 박 신부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