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동일 신부님

어느 쪽으로 / 김동일 신부 그리스도 왕 대축일(마태오 25,31-46)

김레지나 2015. 1. 24. 21:34

어느 쪽으로 / 김동일 신부

그리스도 왕 대축일(마태오 25,31-46)
발행일 : 2014-11-23 [제2920호, 18면]

마지막 날에 하느님께서, “오른쪽으로 갈래, 왼쪽으로 갈래?”라고 물으신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는 지은 죄가 많아서 악마와 그 부하들과 함께 영원한 불 속으로 가야 해서 왼쪽으로 가겠다고 대답하시겠습니까? 그 동안 저는 하느님을 열심히 믿고 예수님을 따라 겸손하고 가난하며 사랑을 베풀며 살았기에 오른쪽으로 가겠다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제가 좋은 일도 어지간히 했고, 또 나쁜 일도 많지는 않지만 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갈라 세우시기 전에 아마 물어보실 것 같습니다. “네가 생각하기에 너는 어떻게 살아왔느냐? 어느 쪽으로 가 서는 것이 옳겠느냐?”라고 물어보실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대답을 기다리십니다. 뭐라도 대답을 하긴 해야겠는데!

복음을 들으면 마지막 날에 우리를 심판하시는 하느님을 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다행스럽게도 아직 마지막 날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니 내가 아직 왼쪽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아직 우리는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동안 한 일들을 돌아보면 그 형벌이 당연할지라도 지금부터 내가 마음을 돌려 오른쪽에 설 수 있는 일들을 한다면 마지막 순간에 하느님의 결정은 달라질 것입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런 오늘입니까.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 순간 마음을 고쳐먹고 가장 작은 이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그분을 예수님이라고 생각하고 모시면 우리는 오른쪽에 설 수 있고, 하늘나라를 차지하게 됩니다. 기회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이제 우리의 선택에 놓였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모양으로 살다가 왼쪽으로 분류되어 악마와 함께 영원한 불 속으로 가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고 싶으신 분은 없으실 것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십자가의 예수님을 다시 올려보며 새로운 용기와 지혜를 청해봅니다.

많은 분들은 마지막 순간에 하느님께서 여쭤보실 때, “저는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해 성심껏 사랑을 베풀었다”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마음으로 또 몸으로 적지 않게 도우며 살아온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 세상의 많은 아프고, 외롭고, 가난한 분들이 살아갈 수 없었고, 세상이 무서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사랑과 희생, 기도와 걱정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주 많은 분들께서는 지금도 오른쪽에서 하느님과 함께 하늘나라를 살고 계십니다. 이 고마운 분들께서는 계속해서 사랑을 함께 나누시며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과 함께하셔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제가 왼쪽에 서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겐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들에게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의 잘못과 죄, 욕심과 허영,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자유와 평화를 잡으라고 하십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흉내 냅시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넘어갈 때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살아 숨을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하느님과 함께 하늘나라를 살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하고,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챙기기 시작하면 우리는 주님의 평화를 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어느 쪽에 계십니까? 어느 쪽에 서고 싶으십니까?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김동일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는 허규(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