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김동일 신부님

하느님,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동일 신부 연중 제33주일(마태오 25,14-30)

김레지나 2015. 1. 24. 21:33

하느님,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동일 신부

연중 제33주일(마태오 25,14-30)
발행일 : 2014-11-16 [제2919호, 18면]

하늘 나라도 능력 위주인가! 난 몇 탈렌트를 받을 수 있을까? 한 탈렌트일까, 두 탈렌트일까, 혹시 다섯 탈렌트? 한 탈렌트가 얼마의 가치인지를 알면 예수님의 이 비유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폐단위로 사용될 때의 한 탈렌트는 6000데나리온입니다. 한 데나리온은 하루 일당입니다. 한 탈렌트는 16년 반 동안의 일당을 합친 금액입니다. 몇억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단 한 탈렌트라고해도 어마어마한 양과 가치입니다. 왜 나한테는 겨우 한 탈렌트만 주신거야! 라고 투덜거릴 일이 아닙니다. 이 엄청난 가치를 제게 맡겨주신 분의 믿음이 놀라울 뿐입니다.

다섯 탈렌트를 맡겼더니 다섯 탈렌트를 더 불려서 온 사람에게는 칭찬과 더불어 많은 일을 맡기시겠다고 합니다. 탈렌트를 늘리는 능력 때문에 이 사람에게 신뢰를 두고 더 많은 탈렌트를 맡기시는 것일까요? 탈렌트가 현재 우리 화폐단위로 1~2만 원, 100~200만 원이 아니라 수 억 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합니다. 수십억을 잘 굴리는 사람이니까 수백억, 수천억을 맡긴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번 운이 좋아 투자 수익을 올린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주인은 종들에게 큰돈을 맡깁니다. 철저하게 믿고 있습니다.

이 탈렌트의 비유는 하늘 나라에서도 능력에 따라 예쁨 받고 일을 나눠 받으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을 쌓아야 한다,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예수님의 이 비유 말씀은 주인이 종들을 얼마나 깊게 믿고 당신의 큰일을 맡기는지를 보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믿고 기다리시는 분이라는 것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어떤 분인지를 알아듣고 그분을 사랑하고 믿고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한 탈렌트를 받은 사람이 돌아온 주인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면 분명해집니다. 주인의 능력을 잘 알지만, 그 때문에 이 종은 주인을 무서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은 어마어마한 탈렌트, 재능, 은총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고, 사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경외가 아닌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느끼면 수 억 원의 돈도 장롱에 넣고 꼼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전지전능하시고 나를 전적으로 믿고 모든 것을 맡겨주시는 신뢰의 하느님으로 느끼고 산다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받은 것을 두 배로 늘립니다.

하늘 나라는 이렇게 우리를 전적으로 믿어주시는 분이 계시고, 믿음이 흘러넘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곳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뭐가 안 되고 이 모양 요 꼴이 된 이유를 부모, 환경, 불운 등에 돌립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칭찬, 격려, 지지해줬으면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꾸중이나 듣고, 남과 비교만 당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런 사정을 잘 아십니다. 그래서 ‘하늘 나라’로 초대하십니다. 그곳에서 못다 이룬 꿈과 희망을 하느님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면서 느긋하게 펼쳐보라고 하십니다. 이제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뭐가 늦었지요? 우리가 국가대표가 되려고 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해보고 싶은 그 어떤 것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기쁨입니까! 이 든든한 믿음을 만나는 곳이 하늘 나라입니다.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하늘 나라로 초대해주신 예수님께 감사하며 뛰어듭시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